채용인원 중 절반은 ‘개발자’ 몫 현실에 취준생들 ‘볼멘소리’…스타트업 “기업 여건 상 IT인력‧경력직 우선 채용할 수밖에 없어”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스타트업들이 적극적으로 채용 문을 대폭 열고 있다. 어느정도 사업이 안정된 스타트업들이 사세 확장을 위해 인력 유치에 집중하는 추세다. 다만 많은 스타트업들이 채용 규모를 늘리고 있음에도 모집 직군이 IT(정보기술)개발에 집중된 탓에 경력 없는 청년 구직자들은 설 자리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판교역에 붙은 우아한형제들 개발자 공고. / 사진=차여경 기자
19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들은 지난해부터 개발자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배달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서비스)앱 배달의민족, 숙박 플랫폼 여기어때 등은 올해 안에 200~300명을 새롭게 채용할 예정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R&D) 직군에 채용된다. 배달의민족과 여기어때는 기존 직원 수가 300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스타트업이다.

 

채용 전문 사이트 원티드에 올라온 스타트업 공고를 살펴보면 대부분 스타트업들은 모바일 운영체계인 iOS, 안드로이드 개발자, 웹 개발자, 검색 개발자 등을 뽑고 있었다. 대부분 온라인이나 모바일 앱 기반 IT스타트업들이 낸 채용 공고다 .홍보마케팅, 콘텐츠 제작자 등 모집 직군은 다양하지만 IT개발 쪽은 거의 상시채용이라고 표시돼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채용은 확대됐지만 개발자 수는 현저히 부족하다보니, 스타트업들은 강남이나 판교에 개발자 공고를 내기도 한다대규모 IT기업인 네이버나 카카오에서 일하고 있는 개발자를 모셔오려고 소리 없는 전쟁을 하기도 한다. 그마저도 이름있는 스타트업에 개발자가 더 몰리는 현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청년 구직자들은 IT개발 구인에만 쏠려 있는 스타트업 채용에 불만을 토로한다. 이공계가 아닌 다른 학문을 전공한 청년들은 뒤늦게 IT기술을 배우기도 한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도 대부분 개발자를 뽑고 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신입이 아닌 경력직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청년 구직자들은 토로했다.

 

영상콘텐츠 분야 구직을 준비하고 있는 석은혜 씨(26)보통 스타트업은 IT서비스 기반 기업들이 많다. 또 신입보다는 경력 개발자, 마케터 들을 선호한다스타트업은 사람 한 명 한 명이 큰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씁쓸하다고 말했다.

 

경영학과를 나온 김승한 씨(28)는 최근 코딩 학원을 다니고 있다. 김 씨는 대기업이 아닌 IT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경영학과 학생이 창업하지 않고 IT스타트업에 들어가는 것은 힘들다오히려 IT스타트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개발직군으로 전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한편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기업 여건상 특정 직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사업을 키우는 스타트업들이 많기 때문에 개발자 유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력난도 무시할 수 없다. 성공한 기업들이 나오면서 스타트업들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도 청년 유인효과가 크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복지 환경이 업계에선 상위권 수준이어도 대기업보다는 급여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IT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는 경쟁이 치열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능력있는 소수 인재들로 회사를 꾸려나가야 한다. 대표들은 기업경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인재들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개발자들을 일부러 뽑는 것이 아니라, 현재 기업에 필요한 직군이 개발자이기 때문에 많이 뽑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젊은 인재들을 (스타트업들에서) 많이 고용하려고 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에 스타트업도 역할을 기여해야 하지 않겠나​며 스타트업이 성장하면 개발자 만큼 다른 직군 채용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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