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문화로서 존재했던 팬픽과 인터넷 소설의 부상…‘이야기’로서의 높은 가치 인정받기 시작해

요즘 tvN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웹소설이 원작인 드라마다. 카카오페이지가 론칭을 시작할 때, 이 소설은 이미 웹소설 원작의 웹툰으로 상위권에 링크된 화제작이었다.

이처럼 웹소설의 드라마화는 2016년부터 꾸준히 진행돼 오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IP(지적재산권) 확장’에서 중요한 케이스로 빛을 발하고 있다. 아이유와 이준기가 출연한 ‘보보경심:려’는 중국 웹소설이 원작이었고 중국에서 이미 드라마화돼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을 국내에서 다시 제작했다.

심지어 국내에서 한동안 화제작이었던 중국 드라마 ‘랑야방: 권력의 기록’ 또한 웹소설이 원작이다. 같은 해 KBS2에 편성됐던 ‘구르미 그린 달빛’도 네이버 웹소설이 원작이었다. 이처럼 웹소설의 드라마화가 주목을 받는 것은, 웹소설이 영상화에 있어 테스트 베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웹소설에서 인기가 있었던 작품이 웹툰화가 됐을 때의 성공 가능성이 확실히 높고, 웹툰이 인기를 끌면 드라마가 (기존의 팬덤이 공고할수록 캐스팅의 이슈가 커지기 때문에 성공할지 안할지는 미지수지만) 대중에게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러한 연결고리는 웹콘텐츠가 플랫폼에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웹소설의 성장 가능성은 웹소설보다는 웹소설이 가지고 있는 IP확장 가능성에 있다. 웹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큰 기술이 없더라도 누구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데 있다. 이전까지 제도를 통해 작가로 등단을 해야만 가능했던 ‘소설 쓰기’는 포털 및 웹 플랫폼의 등장을 통해 이전까지의 이야기를 소비하기만 했던 이용자들이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제공했다.

‘없으면 우리가 직접 만든다’라는 문구는 기존의 프로작가들이나 메인스트림에 진출한 콘텐츠 생산자들의 것이 아니다. 대중적으로 생산되지 않는 콘텐츠, 메인스트림의 빈틈을 메우고 싶어하는 니치마켓 이용자들이 그 구호의 주인이다. 실제로 웹소설의 역사는 팬픽션과 인터넷 소설(특히 귀여니의 등장)에서 시작됐다.

하위문화로서 존재했던 팬픽과 인터넷 소설이 어느 순간부터 대중 앞에 전면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그것이 ‘이야기’로서 가지고 있는 가치가 사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하위문화가 ‘대중화’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하거나 생산되지 못했던 ‘니치마켓’이 가진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웹소설은 여전히 마이너한 장르 소설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장르의 팬들은 기꺼이 돈을 쓸 준비가 돼 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계관이 대중화되지 못할 일도 없다. 처음부터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는, 다시 말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아주 열렬히, 적극적으로 소구할 수 있는 ‘팬덤’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새로운 콘텐츠 생산과 기획의 흐름임을 우리는 깨달을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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