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철도까지 최단 철로…남측 구간 복원 사업, 2016년 중단 후 재개 여부 주목

멀지 않았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DMZ 트레인을 타고 경원선 연천역까지는 2시간. 이곳에서 남측 마지막역인 백마고지역까지는 20분 정도 걸릴 뿐이었다. 경원선은 서울에서 북한 원산까지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한 철길이다. 현재는 백마고지역에서 철길이 끊겼다.
 

DMZ 트레인 내부 사진. 경원선 정차역이 표시돼있다. / 사진=이준영 기자

기자는 지난 18일 국회의원 연구단체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와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들과 함께 경원선 복원사업 현장을 찾았다. 이날 오전 9시35분 서울역에서 DMZ 트레인을 타고 출발했다. 기차 노선은 서울-청량리-의정부-동두천-소요산-연천-신탄리-백마고지역이다. 현재 연천역에서 백마고지역까지는 개량공사로 12월 2일까지 임시 중단됐다. 기차 안에는 ‘평화, 사랑, 화합’이라는 문구가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각국 언어로 적혀있었다. 객실에는 광복부터 한국전쟁, 현재까지의 사진들이 걸려있다.

경원선 백마고지역. 현재 남측 마지막 정차역이다. / 사진=이준영 기자

2시간 기차 객실 사진들을 구경하니 연천역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개량공사 때문에 백마고지역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20분 남짓 걸렸다. 백마고지역에는 ‘철도중단점,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간판이 서 있었다. 여기가 경원선 남측 지역 마지막 철길이다.

경원선 철도 복원사업 개요. / 자료=한국철도시설공단,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경원선 남측 복원사업 지역은 백마고지역에서 월정리역까지 9.3㎞ 구간, 월정리역에서 군사분계선까지 2.4㎞ 모두 11.7㎞ 구간이다. 남측 지역 복원 사업은 용지 매수와 사업비 등 모두 준비 완료됐다. 통일부가 허가하면 바로 복원할 수 있다. 사업비는 1791억원이다.

경원선 남측 복원사업은 2015년 11월 국토교통부가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그러나 2016년 북한 미사일 발사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됐다. 통일부가 허가하면 노반 공사까지 2년이면 완공한다.

 

다시 버스로 5분 정도 이동해 구 철원역에 갔다. 총을 든 군인들이 차량을 통제했다. 여기서부터 민통선 지역이다. 남방한계선 바깥 남쪽으로 5~20㎞에 있는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여기에는 1950년 한국전쟁 전 경원선 운행 당시 사진이 간판에 붙어 있다. 사진에는 경원선을 타고 수학여행을 가는 교복 입은 남학생 5명이 있다.

 

철원역은 경원선의 중간역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역장 등 80여명이 근무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철원역은 현재 철로 일부와 승강장만 남았다.

구 철원역(왼쪽), 구 월정리역. / 사진=이준영 기자

구 철원역을 뒤로 하고 구 월정리역으로 갔다. 버스로 10분 걸렸다. 구 월정리역 바로 앞에는 GOP 초소가 있다. 구 월정리역에는  6·25전쟁 당시 비행기 폭격으로 불탄 열차가 그대로 남아있다. 그 앞에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간판이 있다. 여기서 서울까지 104km, 원산 123km, 나진 731km다.

경원선 구 월정리역까지는 한국 자체적으로 복원이 가능하다. 여기서부터 북한 지역 경원선 복원은 남북 간 합의가 필요하다.

버스로 10분 걸려 철원평화전망대로 갔다. 군사분계선과 북한 지역의 오성산, 왕재봉 등이 보였다. 날씨가 맑아 궁예도성 터까지 북한 지역이 멀리 보였다. 이 곳은 수풀과 산림이 우거진 생태 지역이었다. 동행한 한 국회의원은 “이 지역은 지금 이대로 생태공원이다”며 “궁예도성 터까지 있어 훌륭한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역을 지키는 군 부대 관계자에 따르면 우거진 숲 사이로 북한군의 각종 무기가 남측을 향하고 있다. 그렇기에 경원선 북측 지역 복원이 쉽지 않기도 하다. 동행한 정치권 관계자는 “경원선이 복원되면 북한의 주요 군사기지 쪽으로 지나가야 하기에 북한과 협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문에도 경원선 복원은 빠졌다. 판문점 선언문은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위해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경원선 복원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완성하는 데 꼭 필요한 사업이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경원선은 서울에서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되는 최단 철길이다”며 “특히 나진-하산 프로젝트와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원선은 궁예도성 터가 있고, 철원에서 금강산선으로 이어지기에 관광 역할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남북 간 철도협력분과회의가 열리며 서울 마포 공덕역에서 출발해 북한을 지나 유럽 파리로 가는 기차여행 시대가 오고 있다”며 “소외되는 접경지역이 없도록 정부가 직접 추진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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