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정 정장의 직무과실 지적…청해진해운의 화물과적·고박불량도 함께 인정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및 유가족들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국가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선고에서 승소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스1

 

법원이 세월호 참사 발생 4년만에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해양경찰이 구조 과정에서 직무집행상 과실을 저질렀기 때문에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봤다.

또 청해진해운(세월호 선사)의 화물과적 및 고발불량 등 불법행위도 희생자들의 사망과 관련이 있다며 청해진해운에게도 함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재판장 이상현 부장판사)는 19일 세월호 희생자 118명(단원고 학생 116명·일반인 2명)의 유족 354명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희생자 1명당 위자료 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친부모들에겐 각 4000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배우자 및 자녀, 형제자매, (외)조부모에게는 500만원에서 최대 8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희생자들의 사망결과에는 현장에 처음 출동한 해경 소속 경비정 123정 정장의 직무상과실이 영향을 줬다고 봤다.

재판부는 “123정 정장은 재난발생시 해양경찰의 업무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게 수색 및 인명구조 업무를 수행해야 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세월호와 교신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승객들의 퇴선을 유도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구조업무를 담당하는 해양경찰관으로서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해양경찰관에게 직무상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정장의 권한과 책임, 정장이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돼 유죄판결이 확정된 점 등을 고려해 정장의 업무상 주의의무위반과 희생자들의 사망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의 관제실패행위, 구조본부의 부적절한 상황지휘, 항공구조사들이 선내로 진입하지 않은 행위, 국가재난컨트롤 타워 미작동 등 유족들이 주장하는 위법행위들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화물과적과 고박불량의 상태로 세월호를 출항시키는 등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의 고의 또는 과실도 상당부분 참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123정 정장과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의 불법행위가 희생자들의 사망과 객관적으로 관련 공동돼 있어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한다”면서 “피고들은 공동해 원고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희생자들이 60세까지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소득, 사고 과정에서 정부와 청해진해운의 과실, 희생자들이 느꼈을 고통, 유족들의 정신적 충격, 세월호 사고가 우리 사회에 미친 특수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손해배상 범위를 결정했다.

4·16세월호참사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에서 1인당 1억원으로 위자료를 정하고 일부 유가족들이 위자료를 수령한 점, 희생자 304명 중 300명의 유가족들에게 가족당 2억1000만원~2억5000만원 상당의 국민성금이 지급된 배경도 고려됐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은 2015년 9월 “국가가 안전점검 등 관리를 소홀히 해 사고 원인을 제공했고, 사고 발생 후 초동 대응과 구조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며 정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 참여한 유족들은 국가의 책임을 법적으로 판단받겠다며 박근혜 정부 당시부터 이뤄진 배·보상을 거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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