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청회 D-1, 노·사·정 총력 대응…232조 적용시 완성차·부품사 ‘직격탄’, 산업 전체 붕괴 우려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미국의 자동차 관세 폭탄을 막기 위해 정부와 민간 업체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미국에 자동차 관세 적용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동시에, 범정부적 민관합동 사절단을 꾸려 민간 업체들과 공동 대응에 나섰다. 여기에 최근엔 현대자동차 노조까지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의서한을 보내 관세 부과 적극 반대의사를 표했다.

 

이처럼 노··정이 한 목소리를 내는 데엔 국내 자동차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최근엔 미국의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 고율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앞으로 5년 동안 국내 일자리 65만개가 사라지고 대미 손실액이 약 74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완성차업체보다 부품업체가 입을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돼, 자동차산업이 뿌리째 뽑힐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불거진다.

 

미국 상무부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산업부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공청회를 앞두고 범정부 민관합동 사절단을 파견했다. 미 상무부는 당초 1920일 양 일 간 공청회를 진행키로 했지만 19일 하루로 축소했다.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7일부터 27일까지 캐나다와 미국, 멕시코를 차례로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과 무역확장법 232조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미 상무부 무역확장법 232조 수입산 자동차공청회에는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가 정부를 대표해 입장을 전달한다. 아울러 김용근 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 등도 함께 공청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한다.

 

, 무역확장법 232조 앞세워 철강에 이어 자동차 산업 통상 압박

 

무역확장법 232조는 1962년 만들어진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적 조항이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다. 미국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래, 1999년 원유와 2001년 철강 분야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려 조사에 나섰지만, 실제 관세 적용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최초로 가동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다.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4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부활시켰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이 꺼내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선 철강 산업 압박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수입산 철강 관세 적용이 올해 들어 현실화했다. 미국은 올 3월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규제조치 명령에 공식 서명했다. 당초 한국 역시 관세 부과 대상국에 포함돼 국내 철강 업체들이 바싹 긴장했으나,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철강 분야 관세 추가 국가에서 가까스로 면제됐다.

 

미국은 철강 분야에 이어 자동차 산업에까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관세 폭탄을 던질 태세다. 미 상무부는 올해 523일 수입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국가안보영향 조사에 착수했고, 관세 대상 국가와 업체들로부터 의견서를 받았다.

 

산업부는 지난달 29일 미국 상무부에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수입자동차 안보영향 조사에 대한 정부의견서를 제출했다. 산업부는 이 의견서에서 한미 FTA를 통해 양국 승용차 관세가 이미 상호 호혜적으로 철폐됐고, 3FTA 개정협상을 통해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으로의 수출 여건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아울러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의 주력 차종은 중소형 차량으로, 중대형차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위주인 미국 자동차와 경쟁관계에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분야, 철강처럼 부분 관세 적용될까완성차보다 부품사가 더 걱정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25%가량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자동차업계 생태계가 무너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이미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며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완성차업체보다 부품업체가 받을 타격은 더욱 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업체들은 국내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미국 완성차 업체에도 부품을 납품한다“국내 부품업체가 연간 미국에 납품하는 매출액 규모는 60억원에 이른다. 부품업체가 한 번 타격을 입으면 산업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조심스럽지만 미국이 일단 무역확장법 232조를 우리나라를 포함시켜 적용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의 관세 부과 움직임은 정치문제와도 연결돼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과감한 수를 둘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을 옹호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더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개입 의혹을 묻는 질문에 푸틴 대통령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정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경제 분야에서 강공을 펼칠 거란 예상이다.

 

전문가들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로선 강수를 둘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김용진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트럼프가 칼을 빼들었다. 트럼프는 지금껏 한 번 칼을 빼들었으면 꼭 찔렀다. 더군다나 미국에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초기 1,2개월은 고율 관세를 적용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경우 FTA를 통해서 많은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결국 철강 분야처럼 일정 물량에만 고관세를 적용하는 등의 형태를 취할 것으로 본다. 추후 협정 내용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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