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로 입장 선회…소관위에는 규제완화 찬성파 배정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회가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힘을 실으면서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나올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은산분리란 산업 자본이 은행 주식을 최대 4%까지만 소유할 수 있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어도 최대 10%까지만 가질 수 있는 규제다. 대기업 등 산업 자본이 은행을 사금고화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은산분리는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투자기업이 인터넷은행에 자본을 대는 것을 제한하면서다. 기존 영업기반이 없던 인터넷은행들이 대출 사업을 벌이려면 자본금을 쌓아두어야 하는데, 산업 자본으로 분류되는 주요 기업들이 은산분리로 인해 출자를 못하게 된 것이다.

케이뱅크가 증자난에 시달리며 대출 영업을 일시 중단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케이뱅크 주요 주주인 KT는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자본금 출자에 한계가 있다. 국내 양대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총자본 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각각 13.48%, 10.96%로 국내 은행 평균인 15.34%보다 낮다.

이에 그간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관련 법률개정안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뚜렷한 변화는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국회가 관련 특례법 추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면서 제3인터넷은행 등장도 기대되는 모양새다.

◇은산분리 완화, 여당 입장변화·소관위 인사개편에 탄력 받아

그간 은산분리에 반대하던 여당이 최근 찬성 입장으로 선회함으로써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한층 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앞서 여당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 입장을 보여 왔다. 참여연대를 비롯해 진보정당 지지층인 여러 진보 단체들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신산업 규제 혁파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자 여당도 이에 힘을 실어줬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성장·규제혁신 관련 토론회에서 “현행 은행법에 기업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4%로 제한하는 것을 개선하려 한다”며 은산분리 완화 의지를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통해 IT기업의 지분보유 한도를 34%로 상향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한도를 제시하기도 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위원장과 간사직에 ‘은산분리 완화 찬성파’가 배정된 점도 규제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지난 16일 공개한 ‘제20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회 배정 현황’에 따르면 정무위원장에는 3선 민병두 의원이 내정됐다. 또 정무위 간사는 정재호 의원이 맡을 예정이다.

민병두 의원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온 바 있다. 정재호 의원은 지난 2016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을 대표 발의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대표주자다.

현 20대 국회에는 인터넷 은행 규제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 3건이 발의된 상태다. 민병두, 정재호 의원이 지난 11일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를 공론화하기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정재호 의원 대표 발의안을 비롯한 특례법 제정안들이 곧 검토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커지는 규제 완화 움직임…제3인터넷은행 등장하나

규제 완화가 적극 검토되면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이은 제3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찌감치 제3인터넷은행 출현에 힘을 보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를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의 ‘금융업 진입구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측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가져온 변화를 심화, 확산시킬 수 있도록 은행산업 경쟁도 평가 등을 거쳐 추가 인가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로운 사업자가 인터넷은행 설립에 도전하기 위해선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규제가 완화될 경우 제3인터넷은행이 등장하는 등 인터넷은행의 활동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참여연대를 주축으로한 시민단체들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넘어야 할 산으로 지적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처럼 새로운 기술을 가진 은행들이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어져야 한다. 그런 인터넷은행들이 더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은산분리 규제 완화”라며 “산업자본의 지분 한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는 법이 규정할 문제지만, 지분 한도가 커지고 자본이 확충돼야 인터넷은행 사업이 활발해질 것”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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