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데이터온 요금제와 닮은 듯 달라…중간 없기는 마찬가지

양맹석 SK텔레콤 MNO사업지원그룹장이 18일 서울 중구 T타워에서 신규요금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SK텔레콤이 가족결합 혜택을 강화한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고  데이터 공유 기능으로 인한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를 강조했다. KT의 데이터온 요금제와 차별화하려고 한 흔적이 보였지만 적당한 데이터가 배분된 중간 요금제가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SK텔레콤은 18일 서울 중구 을지로 T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규요금제에 대해 소개했다. ▲스몰, ▲미디엄, ▲라지, ▲패밀리, ▲데이터 인피니티 등 총 5가지의 새로운 요금제가 담긴 T플랜을 선보였다.

새 요금제는 모든 구간에서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이동전화와 집전화 음성과 문자메시지는 특별한 경우 외에는 제약 없이 이용 가능하다. 스몰은 월 3만3000원에 데이터 1.2GB를, 미디엄은 월 5만원에 데이터 4GB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데이터 100GB를 제공하는 라지 요금제는 월 6만9000원이다. 기본 제공량을 소진하면 HD급 영상 감상이 가능한 최대 5Mbps 속도로 계속 데이터 사용이 가능하다. 패밀리는 월 7만9000원에 데이터 150GB를 제공하며 역시 최대5Mbps속도 제어가 적용된다. 인피니티는 월 10만원에 데이터 완전무제한과 VIP혜택을 제공한다.

T플랜은 가족결합 혜택에 방점을 찍었다. 가족 중에 한 명만 패밀리, 인피니티를 이용하면 매월 각각 20GB, 40GB의 데이터를 나머지 구성원에게 공유해 줄 수 있다.

패밀리 요금제와 인피니티 요금제로 가족들에게 데이터를 공유해주기 위해서는 T가족모아 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 직계 가족에 한해 5명까지 가입이 가능하며 2세대(2G) 이용자는 가입이 불가능하다. 가족 중 1회선 이상은 반드시 패밀리 요금제 이상 사용해야 한다. 가족들 모두 T플랜에 있는 요금제에 가입해야 공유가 가능하며 청소년의 경우 주말엔팅이나 쿠키즈 요금제 둘 중에 가입해야 한다.

SK텔레콤 패밀리 요금제는 기존 가족 결합상품인 T끼리 온가족 할인, 온가족 플랜, 온가족 프리 등과 중복가입이 가능하다. 다만 요금 할인율은 최대 30%로 제한된다. 예를 들어 가족 간 SK텔레콤 가입연수가 30년 이상이어서 요금의 50%를 할인받고 있던 이용자가 T플랜에 가입하게 되면 요금의 30%만 할인받게 된다. 우량고객 요금할인은 중복 가입할 수 없다.

타사와의 차별점에 대해 SK텔레콤은 저가형 요금제를 쓰는 고객들은 기본 제공 데이터 양이 늘어나는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저가형 요금제를 놓고 보면 SK텔레콤 스몰 요금제는 월 3만 3000원에 데이터 1.2GB고 KT의 LTE베이직 요금제 역시 같은 가격이지만 매월 1GB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SK텔레콤의 스몰 요금제의 경우 0시∼오전 7시에 쓰는 데이터는 사용량의 4분의 1만 차감해 실질 제공 데이터 양은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SK텔레콤은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트래픽 상 문제로 무제한 요금제 출시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양 그룹장은 “기존 요금제와 대비해서 최대 2배 이상 트래픽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인프라 센터 쪽과 사전적으로 최적화 작업을 해 용량을 확보했다”며 “무제한 요금제를 늘렸다고 해서 전체 고객이 겪을 불편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속도와 용량 제한 없는 무제한 요금제만 놓고 보면 SK텔레콤의 인피니티 요금제가 월 10만원으로 가장 고가다. 대신 ▲6개월마다 스마트폰 교체 ▲연간 로밍 쿠폰 12장, 공항 라운지 쿠폰 4장 ▲연간 영화 티켓 30장 ▲스마트워치 요금 무료 중에 한 가지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한다. KT의 ‘데이터ON 프리미엄’ 요금제는 월 8만9000원 LG유플러스의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는 월 8만8000원이다.

이용자가 가장 많이 분포되는 중간 가격대에서는 사용 습관에 따라 선호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KT의 경우 월 4만9000원에 3GB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이터온 톡 요금제와 월 6만9000원에 100GB를 제공하는 데이터온 비디오 요금제가 있다. 이들 요금제는 기본 제공량을 소진한 뒤에도 각각 최대 1Mbps 속도, 최대 5Mbps 속도로 데이터를 추가 과금 없이 쓸 수 있다.

반면 SK텔레콤의 T플랜의 경우 라지 요금제는 KT의 데이터온 비디오 요금제와 조건이 같지만 미디엄의 경우 1000원 더 비싼 5만원에 데이터 4GB를 제공한다. 데이터온 톡 요금제보다 데이터가 1GB 더 많지만 T가족모아에 가입하지 않는다면 기본 제공량을 소진하면 데이터 추가 요금이 붙는다.

LG유플러스는 가장 먼저 속도, 용량에 제한 없는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중·저가 요금제는 내놓지 않았다. KT와 SK텔레콤이 잇달아 요금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하자 LG유플러스도 요금제 개편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은 2년 내에 새 요금제의 가입자가 1000만명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4인 가구 기준 가계 통신비가 15%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새 요금제를 두고 애매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가장 늦게 무제한 요금제를 발표했는데 혁신은 없는 것 같다”며 “6개월마다 단말기를 교체하거나 새벽에 데이터를 더 주는 것들은 부가혜택일 뿐인데 요금제 자체만 놓고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LTE 이용자들은 5~6만원대 요금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고객들이 가장 많이 쓰는 구간에서 선택할만한 요금제가 없다. 만원대에서 4GB를 제공하다가 7만원 가까이 가면 100GB로 데이터 양이 급증한다. 중간이 없다”며 “돈을 조금 더 내고 요금제를 바꾸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갈수록 데이터를 많이 쓰는 추세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확 줄어드는 요금제를 쓰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게 기존 요금제가 오히려 중간 사용자들에게 적합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새로운 요금제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이 아니라 가계 통신비 관리나 적정한 데이터 사용을 위해서 기존 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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