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AI 기술 속속 도입

최근 보험업계가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이미지=셔터스톡
최근 보험업계가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는 사람 대신 AI가 보험료를 자동으로 산출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AI 기술이 완벽하지 않은 만큼, 기존 인력을 대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AI기술은 머신러닝, 자연어처리, 심층적 질의응답 등을 포괄한다. 머신러닝의 한 부문인 딥러닝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결론을 내리는 기술이다. 자연어처리는 일상생활 언어를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도록 변환시킨 후 텍스트, 음성, 그래픽 등을 생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심층적 질의응답은 방대한 텍스트 자료를 토대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도출하는 기술이다.

이를 보험업계에 적용할 경우 자연어처리 및 심층적 질의응답 기술은 언더라이팅(Underwriting) 자동화에 쓰일 수 있으며 딥러닝은 가상비서 서비스 및 사고 손해정도 자동화 등에 사용될 수 있다. 언더라이팅이란 보험사의 계약자 인수 심사 과정으로 계약자의 건강진단 결과 등을 바탕으로 보험계약의 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보험산업의 AI 활용으로 소비자와의 원활한 교류, 보험금 지급의 효율성 제고, 신상품 출시 기간 단축, 신규 수익원 창출 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AI 도입 서두르는 보험업계…자동견적, 챗봇 등 분야도 다양

최근 한화손해보험은 국내 업계 최초로 AI를 이용해 사고차량 파손 상태 이미지를 인식한 후 ‘수리비 견적’을 자동 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해당 시스템은 사고 차량이 입고된 정비업체가 파손 상태 이미지를 보내면 AI가 범퍼·바퀴덮개·문짝 등 파손 부위와 정도별 수리비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AI는 차종·연식·수리방법 등 여러 경우의 수를 설정해 보다 정확한 자동견적을 작성할 수 있으며 정비업체가 요청한 수리비 청구 금액과 실시간으로 비교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보험개발원은 지난 3일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 초청 간담회를 열고 ‘AI 이미지 견적 시스템’을 선보였다. AI 이미지 견적 시스템은 AI가 교통사고 사진을 판독해 자동차보험금을 자동 산출하는 손해사정 시스템이다. 사진만으로 지급보험금이 얼마인지 정확하고 빠르게 산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차량 모델별 부품 310만건, 표준작업시간과 도장비용 2598개 모델 등 보험개발원이 보유한 기반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간 1억8000만장에 이르는 사고 사진을 분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보험개발원은 올해 한국형 시스템에 대한 개념을 설계해 2020년까지 사진 견적 AI와 촬영 애플리케이션(APP)을 개발할 계획이다.

보험업계는 대화형 AI 기술인 ‘챗봇’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5월 자체 개발한 AI 챗봇 ‘따봇’을 선보였다. 따봇은 자체 인력만으로 개발한 2세대 챗봇으로 문맥을 이해하며 고객과 대화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보험계약조회, 보험계약대출 조회·실행·상환, 상품 추천 등 다양한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흥국화재도 챗봇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흥미봇’ 서비스를 출시해 운영 중이다. 흥국생명은 로보어드바이저 전문기업인 파운트와 함께 AI를 활용해 변액보험을 관리하는 ‘변액보험 AI 사후관리서비스’를 최근 오픈했다.

AIA생명은 AI 콜센터 ‘AIA ON’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AIA ON은 고객상담사와 채팅을 통해 상담하듯 1:1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챗봇과 사람과 통화 하듯이 고객과 대화하는 AI 로보텔러 2가지 형태로 구성돼 있다.

◇기존 인력 대체까지는 오랜 시간 걸려…설계사 고령화에 대한 하나의 해법으로 부각

다만 AI가 기존 설계사 등의 인력을 대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보험설계는 동일한 상품이라고 해도 특약 등을 통해 상품 내용이 조금씩 다르게 구성되기 때문에 AI가 인간의 보험설계를 100% 대체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대다수 고객들이 설계사에게 직접 상담받기를 원한다”며 “AI 기술 도입은 이제 막 시작단계”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험설계사 고령화와 관련해 AI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보험연구원의 ‘생명보험 전속설계사의 고연령화와 보험회사의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 전속설계사 중 30세 미만 비중은 지난해 5.7%로 1997년 대비 16.0%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50세 이상 비중은 40.7%로 30.0%포인트 증가했다.

연구진은 전속설계사의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신계약에 대한 생산성이 낮아지고 단순한 상품 판매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영업조직의 역동성이 상실되면서 손익구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AI 도입을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젊은 친구들에게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 젊은 직원을 뽑을 수 없다면 AI 도입을 통해 기존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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