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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수납제 폐지’, 모바일결제‧카드사 지원으로 힘 받는다
  • 박현영 기자(hyun@sisajournal-e.com)
  • 승인 2018.07.1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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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으로 폐지 논의 재점화…대안 출현, 카드사 입장 변화로 ‘긍정적 검토’
17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물 한 병을 구입한 뒤 카드 결제를 요청하고 있다./사진=박현영 기자

#“저희 가게가 헬스장 앞에 있어서, 운동 가는 길에 작은 물 한 병씩만 사가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도 카드 주실 때가 많으니까 수수료가 부담스러운 건 사실입니다. 편의점은 본사에서 수수료 지원도 해준다는데, 작은 가게는 그런 게 없으니까요.”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작은 마트를 운영하는 김아무개(40)씨는 카드 수수료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카드 결제를 거절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800원짜리 물 한 병에서 원가와 카드 수수료를 떼면 남는 게 없다.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론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을 검토하면서다. ‘시대의 역행’을 주장하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모바일 간편결제라는 대안이 제시되고 카드사들까지 폐지론에 동참하면서 의무수납제 폐지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의무수납제란 고객이 요구하는 신용카드 결제가 극히 소액일지라도 이를 임의로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지난 2011년 폐지가 논의됐지만 소비자들의 반발로 철회됐다.

하지만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10.9%로 결정되면서 의무수납제 폐지론이 다시 제기됐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으로 의무수납제 폐지를 적극 검토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받을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언급한 것도 이에 불을 지폈다.

◇“그럼 현금결제 해야 되나요?”…‘모바일 간편결제’ 대안 출현

이번 의무수납제 폐지 논의는 2011년 때보다 비교적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7년 전에는 없었던 ‘모바일 간편결제’라는 대안이 나오면서다.

현재 대한민국은 ‘현금 없는 사회’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현금 결제 비율은 13.6%로 2014년 17.0%에 비해 3.4%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는 지난 16일부터 전국 103개 매장을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매장의 현금 결제율은 현재 7%밖에 안 된다.

소비자들이 의무수납제 폐지에 반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금을 챙기지 않은 지 오래이므로 카드 결제를 거부당하면 난처해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소비자들의 지적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모바일 간편결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모바일 간편결제 활성화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페이, 토스 QR결제 등 모바일 간편결제는 계좌에서 바로 대금이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결제가 이루어져 수수료가 크게 절감된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전통시장 소상공인을 위한 간편 계좌이체 서비스 ‘카카오페이 QR결제’를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상점의 QR코드를 찍고 금액을 입력하면 스마트폰 상 ‘가상지갑’에서 상인의 은행 계좌로 물건값이 송금되는 계좌이체 서비스다. 이 때 수수료는 0원이다.

의무수납제가 폐지될 경우 자영업자들은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면서 모바일 간편결제를 추천할 수 있다. 이미 카카오페이 QR결제는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서비스를 신청한 상점만 5만여곳에 이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모바일 간편결제는 소액 결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올바른 지급결제망을 통해 결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은 비교적 지급결제망이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의무수납제가 폐지될 경우 소액은 모바일 결제로 지불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반발할 줄 알았던 카드사, 폐지론에 힘 실어줘

카드사들은 의무수납제 폐지에 대해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하지만 이번엔 폐지를 찬성하고 나선 카드사들이 늘고 있다. 정부의 잇단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정책으로 수수료 수익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1990년대 초 5% 수준이었던 카드수수료는 현재 2% 안팎이다. 연 매출 5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에는 우대 수수료율 0.8%가 적용되고 있다. 또 오는 31일부터는 슈퍼마켓과 편의점, 빵집 등 소액 결제가 많은 21만개 점포의 카드 수수료율이 평균 2.22%에서 2%로 내려간다.

이에 카드업계는 의무수납제가 폐지될 경우, 수수료 인하 압박이 덜해질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수료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더 이상의 수수료 인하 압박은 없길 바라는 상황”이라며 “현금결제가 줄고 있기 때문에 의무수납제가 폐지된다 해도 카드결제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정부가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압박할 근거가 떨어지기 때문에 상당수 카드사들이 의무수납제 폐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카드업계는 의무수납제 폐지 이후 수수료 책정은 시장 원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의무수납제가 폐지되면 그 이후엔 카드사와 가맹점이 스스로 수수료 협상을 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수수료가 시장 원리에 따라 조정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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