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호 변호사 “목록 확보되면 문건 공개요구 용이…법적 논리도 탄탄해져”

송기호 변호사가 지난해 1월 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한일 위안부 합의 협상문서 공개' 관련 외교부 장관 상대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작성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보고된 문건의 ‘​목록’을 공개하라는 판결 이후 ‘문건’까지 공개가 가능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송기호 변호사는 공개 대상인 문건의 이름을 확보해 공개 청구 대상을 명확히 하는 한편,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봉인됐다는 이유만으로 ‘공개가 원칙인 대통령기록물을 비공개할 수 없다’는 법적 논리를 강화해 향후 문건 원본까지 공개를 요구할 계획이다.

송 변호사는 16일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이 정보목록을 작성하고 이를 공개하라고 명시돼 있다. 목록이 대통령지정기록물에 해당하지 않을 거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었다”면서 “목록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에서 패소하면 오히려 정보공개 청구가 판결을 통해 막혀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승소 판결을 예상할 수 있었다”며 소회를 털어놨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8조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해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보목록을 작성해 갖추어 두고, 그 목록을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정보공개시스템 등을 통해 공개해야한다고 규정한다.

송 변호사는 추후 목록을 확보해 당시 생성된 문건 원본의 공개를 요구할 계획이다. 목록이 확보되면 공개 청구 대상이 명확해져 원본 공개를 요구하기 용이해지고, 구체적인 법원의 판단은 청구 논리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는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지정됐다는 이유만으로 비공개를 할 수 없다는 법원판단이 있었다”면서 “구체적인 목록을 확보하게 되면, 이 목록을 근거로 문서자체를 공개하라는 소송도 진행하겠다. (참사 당일 대통령 행적과 관련해) 좀 더 실체적인 진실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송 변호사가 국가기록원을 상대로 ‘세월호 참사 당일 작성된 문건 목록을 공개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당 문건 목록이 법률상 보호 기간이 정해진 대통령 ‘지정’기록물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대통령기록물은 공개가 원칙이고, 공개를 제한할 수 있는 6가지 이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 1항은 대통령 스스로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열람·사본제작 등을 허용하지 않거나 자료제출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있는 기간(최장 15년, 사생활의 경우 최장 30년)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 가능한 문건들은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 ▲대내외 경제정책이나 무역거래 및 재정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민경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 ▲정무직공무원 등의 인사에 관한 기록물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 및 관계인의 생명·신체·재산 및 명예에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기록물 ▲대통령과 대통령의 보좌기관 및 자문기관 사이, 대통령의 보좌기관과 자문기관 사이, 대통령의 보좌기관 사이 또는 대통령의 자문기관 사이에 생산된 의사소통기록물로써 공개가 부적절한 기록물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표현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기록물 등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기록물은 세월호 침몰참사가 발생한 날 청와대 비서실, 경호실, 국가안보실에서 승객 구조 공무수행을 위해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 목록에 불과하다”라며 “관련 법에서 정한 지정기록물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히려 이 사건 정보가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대통령기록관에게 증명책임이 있다고 봤다. 대통령기록물은 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에 비공개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대통령기록물에 관한 알권리의 시의적절한 실현이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데 미치는 효과, 입헌적 법치국가의 원리 등을 종합해 보면, 대통령은 아무런 제한 없이 임의로 대통령기록물을 선정해 보호기간 지정행위를 할 수 없다”며 무분별한 비공개 결정이 제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송 변호사는 지난해 5월 국가기록원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 경호실, 국가안보실에서 세월호 승객을 구조하기 위한 공무 수행을 위해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의 목록을 공개하라고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목록에는 문서제목 외에도 생산연도, 업무담당자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대통령기록원은 해당 목록과 문건이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됐기 때문에 정보공개법상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한다며 비공개결정을 내렸다.

이에 송 변호사는 황 전 권한대행이 당시 문건들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할 권한도 없고, 이 문건 목록들이 비공개대상 정보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번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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