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따른 가맹점주 부담 완화방안 제시…경영정보 요구‧전속거래 강요 등 행위 금지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소하도급업체가 대기업 등 원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을 인상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요건이 대폭 확대된다. 또한 원사업자의 원가정보 등 경영정보 요구 행위와 전속거래 강요 행위 등도 금지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개정 하도급법 시행 및 가맹사업법 개정 방향 등 정책을 발표하고, 오는 17일부터 중소하도급업체의 하도급 대금 인상 요청 요건을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현재의 원재료 가격 인상의 경우에만 인상할 수 있었던 부분을 인건비(노무비), 전기요금, 임차료 등 경비 인상 시에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하도급업체의 대금 인상 요청을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대신해 요청‧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다만, 대리 요청의 경우 ▲최저임금이 7% 이상 상승하는 경우(지난 3년간 최저임금 평균 상승률이 7% 미만시 평균상승률 이상으로 최저임금이 상승한 경우) ▲인건비나 각종 경비 상승액이 ‘잔존하는 하도급일감에 해당하는 대금’의 3% 이상인 경우 등에 가능하도록 했다.

하도급업체나 조합으로부터 대금 증액 요청을 받은 원사업자는 10일 이내에 협의를 개시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그 협의를 거부하거나 10일 이내에 협의를 개시하지 않는 경우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조치를 받게 된다. 또한 원사업자가 대금 증액 요청을 수용하지 않는 경우 공정거래조정원 등에 설치된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하도급업체들이 대금을 증액 받을 수 있게 된다.

김상조 위원장은 “최저임금이 올해 16.4%, 내년 10.9% 상승에 따라 하도급업체는 사실상 무조건 협동조합을 통한 대금 조정 협의가 가능하다”며 “기존 사례를 보면 조정 신청에 따른 수용률이 70∼80%에 달하기에 일단 신청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원가정보와 같은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그동안 원사업자들은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원가정보, 원사업자 자신의 경쟁사업자에 대한 납품단가에 관한 정보, 매출액, 거래량, 거래처 명부 등 정보를 활용해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하는 행위를 해오고 있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에 공정위는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요구해서는 안 되는 경영상 정보의 종류’를 고시했다. 여기에는 ▲재료비·인건비 지급내역이 기재된 원가정보 ▲다른 사업자에게 납품하는 물품의 매출정보 ▲거래처 명부와 같은 영업 관련 정보 ▲제품생산·판매계획과 같은 경영전략 정보 등이 포함됐다.

또한 공정위는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전속거래를 강요하는 행위와 하도급업체에 대해 기술 자료를 해외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원사업자들은 거래상 편의를 위해 하도급업체들을 대상으로 전속거래 강요나 기술수출 제한 행위를 해왔다. 특히 공정위는 올해 하반기에 전자·기계·운송 등 41개 업종의 전속거래 실태를 서면조사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원사업자의 ‘보복행위’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하도급업체가 공정위에 신고 및 조사 협조하거나 분쟁조정 신청, 서면실태조사 협조 등을 이유로 원사업자가 거래단절 등 보복하는 행위를 위법행위로 명시했다. 만약 보복행위로 피해를 당한 하도급업체는 그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받을 수 있게 된다.

한편, 공정위는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가맹점주의 부담 완화방안도 제시했다. 공정위는 개정 가맹거래법을 통해 ‘가맹점의 영업지역에 대해 가맹본부가 점주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행위’를 새로운 위법행위로 명시했다.

또한 올해 초 가맹 표준계약서 개정을 통해 최저임금이 오르면 가맹점주가 본부에게 가맹금을 내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본부는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가맹금 조정을 위한 협의를 개시하도록 해 점주와 본부 간에 최저임금 상승 부담을 합리적으로 나눌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하반기에는 이 내용이 규정된 표준계약서 사용에 대한 공정거래협약 평가요소 배점을 기존 3점에서 10점으로 높여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공정위는 추가적인 제도보완을 추진하고 법집행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를 도입하고 이들의 법적 지위를 강화할 계획이고, 점주 단체 신고제를 도입하고 신고된 점주 단체가 가맹금 등 거래조건에 대해 가맹본부에 협의를 요청하는 경우 본부는 일정 기한 이내에 반드시 협의를 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아예 법률에 규정할 예정이다.

또한 점주가 비용을 부담하는 광고·판촉행사에 대해서는 본부가 미리 점주들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입법화 작업을 통해 본부가 점주의 의사에 반해 광고·판촉 비용을 떠넘기는 관행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하도급과 가맹 분야에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일한만큼 제대로 된 보상’을 받게 하는 것이 우리 경제가 당면한 양극화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각종 중소상공인 문제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