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수입차 할인 공세의 이면…판매량은 늘지만 수리 및 사후서비스 미흡해 소비자 불만 속출, 프리미엄 이미지도 훼손 우려

이제 운전 중에 조금만 이상한 냄새가 나면 도로에 차를 세워요. 또 차에 불이 붙었을까봐 두려워서요.”

 

독일 폴크스바겐 준중형 모델의 차주 허아무개씨는 몇달 전부터 차에서 조금만 이상한 냄새가 나면 차를 세우는 버릇이 생겼다. 타는 냄새를 처음 맡았던 건 지난 1월이었다. 평소와 같이 귀가해 주차를 하던 중 그 냄새를 맡았다. ‘설마 내 차에서 나는 냄새일까싶었지만 내려서 보니 차 앞쪽에서 불덩어리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소화기로 불은 껐지만 불안한 마음은 꺼지지 않았다

 

그래도 허씨는 믿었다. 차량이 보증 기간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수입차 업체가 화재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물론, 보상까지 해줄 것이라고 여겼다. 화재 사건 며칠 전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정비 과실도 발생했기 때문에 적어도 무상 수리는 당연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해당 수입차 업체의 자체 기술팀은 화재는 원인 불명이라고 통보했다. 허씨는 기술팀에 소견서 등 차량 검진 증빙 자료를 요구했다그러나 허씨가 받은 것은 차량 검진에 대한 구체적인 소견서가 아니었다. 애프터세일즈 담당자는 그에게 법적인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소견서를 제공한다며 소견서를 반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술팀 직원들이 차량을 검사하며 서로 주고받은 메신저 내역만 공개했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선 차를 검사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냐며 허씨는 한숨지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이런 안일한 검진, 서비스 정책을 갖췄다는 점에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몇 주 후 허씨는 담당자의 비공식적 제안에 따라 총 수리비의 일부를 부담한 뒤에야 수리된 차량을 받았다. 그 후로 그는 차에서 조금만 이상한 냄새가 나도 차를 세우고 본닛을 들여다보게 됐다. 안일한 검진 및 보상 정책은 허씨에게 무력감만 안겨줬다.

  

수입차 시장이 날로 저변을 확대하는 가운데 부실한 품질과 미흡한 서비스 정책에 소비자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올해 상반기 기준 등록 수입차는 204만3470대로 점유율 8.9%에 달한다. 올 연말이면 10대 중 1대는 수입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소비자의 신뢰를 좌우할 사후 서비스 정책엔 미흡하면서 할인 정책을 펼치는 등 단순 판매대수만 늘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흡한 소비자 대처가 되풀이 될 경우 그간 쌓아온 프리미엄 이미지에도 금이 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단 한 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폴크스바겐의 신형 티구안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누수, 주행 중 시동꺼짐 등 사고가 잇따르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사진과 차주의 호소가 올라온 바 있다. 재규어랜드로버 등 일부 업체는 공식 서비스센터의 안일한 대처에 소비자 불만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해 포드코리아는 미국에서 사고 이력이 있던 차량을 국내서 새 차로 되팔아 지적받기도 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수입차 구매가 뽑기에 가깝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나온다. 새 차를 살 때 운이 나쁘면 불량 차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자동차도 공산품이기에 일정 수준 불량률은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을 내놓지만, 이들 수입차 가격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를 호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산품 변명으로 때울 일이 아니다. 차주의 생명과 직결돼 있어 더 철저한 검증이 요구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수입차의 경우 유지비가 비싸고 차량 진단과 부품 조달 기간이 오래 걸려 이 같은 불안이 가중되기 쉽다. 수입차 업체들은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고객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여전히 서비스센터 숫자가 부족하다보니 한 센터마다 할당받는 정비 업무가 많아 차를 세세하게 보기 어려워 정비 과실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대당 출고가만 싸게 깎는 조삼모사식 할인 정책도 빈축을 사기 충분하다. 국내 복귀한 수입차 업체들의 할인 전략 역시 한국 소비자들을 보는 해외 본사의 시각을 단적으로 비추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수입차 업체들이 디젤게이트 이후 할인 전략으로 선회해 단순 판매량을 늘려 수익성을 회복하고 있다. 프리미엄 수입차의 문턱이 과거보단 낮아졌지만 단순 판매량만 늘리려는 처사가 이미지에 득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반짝이고 화려한 프리미엄 수입차를 가지고 싶어 한다.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수입차의 문턱은 낮아져야 한다. 다만 그 문턱은 단순히 가격만을 의미하지는 말아야 한다. 누구나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신뢰감, 유지비에 대한 부담이 없는 낮은 문턱. 화려한 프리미엄 수입차는 이 같은 신뢰가 문턱으로 쌓일 때 드림카로 빛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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