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카드 수수료 인하 방치…저임금 노동자·영세업자들 갈등만 증폭

13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국회와 정부,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 등 소위 갑들이 사회적 약자들의 어려움을 외면했다. 임대료 인상과 높은 카드 수수료 모두 부담이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는 개선하지 않았다. 대기업도 돈을 쌓아두고 투자와 고용은 늘리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본사도 점주와 상생 노력이 부족했다. 이에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업체,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을 두고 싸우게 됐다. 결국 어려운 사람의 돈을 어려운 사람에게 주게 된 것이다.” (서울지역 프랜차이즈 제과점 운영자 김OO씨)

내년 최저임금 수준 결정을 두고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업체 간 갈등이 커졌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어려운 이들의 갈등은 결국 정부와 국회, 대기업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들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정부와 국회,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 등 소위 ‘갑’들은 이를 나몰라라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로 했다. 관심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문 대통령 공약대로 2020년 시급 1만원을 달성하기 위해선 8680원(15.2% 인상)원으로 결정해야 한다. 인상률 15.2%는 2019년과 2020년 최저임금이 같은 비율로 오르는 것을 가정한 값이다.

노동계는 내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숙식비, 교통비)가 포함되기에 이보다 높은 수준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내년 최저임금은 1만790원이다.

특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저임금 노동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연 소득 2500만원 이하 저임금 노동자 가운데 21만6000명의 기대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계가 추산하는 산입범위 확대의 저임금 노동자 영향은 더 크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도 있다. 특히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우려가 크다. 지난 12일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에 이어 내년에도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편의점 점주들이 인건비 압박을 견딜 수 없다”며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라. 최저임금 인상 결과에 따라 전국 7만 편의점 동시 휴업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저임금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은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정부와 국회 대기업 등 갑의 위치에 있는 자들은 최저임금에만 모든 것을 맡겨놓고 물러서 있다.

국회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방치하고 있다. 이는 600만명 자영업자의 어려움과 직결된다. 수 많은 임차 상인들은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고 있다. 이 개정안은 계약갱신 보장기간 무제한, 환산보증금 기준 폐지, 퇴거보상금 지급 등을 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제과점주 김아무개씨는 기자에게 “건물주가 토지세가 오르면 임대료를 더 올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상생 노력도 부족했다. 서울 노량진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박아무개씨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자신의 물건만 쓰게 했다. 질이 좋고 값싼 다른 회사 물건은 쓰지 못하게 했다”며 “카드 수수료 인하도 제대로 안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니 부담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최저임금을 두고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업체들이 다투는 것은 정부와 국회 대기업들이 이들의 어려움을 외면했기 때문”이라며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카드 수수료 인하가 빠른 시일안에 이뤄져야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상생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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