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필수공익사업장 지정해 업계 독과점 팽배"… 파업 확대시 물류 안전 위협 우려도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제2차 문화제'에서 직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항공운수업의 필수공익사업 지정 규제를 두고 업계서 갑론을박이 팽팽히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는 해당 규제가 항공업계 독과점 구조를 가속화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반면 일각에선 항공사 근로자들의 파업을 허용할 경우 교통 대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해당 안건을 두고 관계 부처 등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필수공익사업은 업무가 정지되거나 폐지될 경우, 대다수 공중의 일상생활이 위태로워지거나 업무의 대체가 어려운 사업을 말한다.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항공운수법은 필수유지업무로 지정돼 업무가 최소한으로 유지, 운영될 수 있도록 인원과 직무를 노사 협정 등으로 정해야 할 것을 규정한다. 파업을 할 순 있지만 ‘업무유지율’을 근거로 운항에 필요한 인력은 남겨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 2006년 12월 항공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 항공사 근로자들의 단체행동을 제한해왔다. ​항공운수업은 여타 산업과 달리 공공성이 높아 운항에 차질을 빚거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공중이 받을 피해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항공사에선 파업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됐다. 양대 대형사의 경우 노동위원회 및 노사협정에 따라 파업 참여 인원이 결정된다. 

 

대한항공 조종사의 경우 기종별 업무유지율은 73%~80%, 아시아나항공은 61%~80%의 업무유지율을 규정하고 있다. 조종사가 2000여명일 경우 500명이 채 안되는 인원만 파업이 가능한 셈이다. 업종 특성상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큰 조종사와 달리 화물, 정비, 영업, 승무원 등 직군 근로자들은 더욱 목소리를 더욱 내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국적 대형사 총수 일가의 경영 비리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같은 규제는 비판에 부딪혔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 및 전국공공운수노조는 항공운수업에 대해 필수공익사업 지정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동계에선 해당 조항이 항공사 근로자의 파업 동력을 막아 회사 내부 자정 작용을 막아왔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근로 환경이 악화되거나 회사 내부의 부당한 근로 방침이 있어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또 항공운수업이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해제된다고 해도 예전과 달리 항공사 근로자들의 파업이 항공 물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대형사 두곳만 있었을 경우 직원 파업으로 인해 항공 교통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었으나, 현재 6곳의 저비용항공사(LCC)가 운송을 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객 수요의 경우 LCC의 분담 비중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국적 LCC의 국제 여객 수송 분담률은 지난 2016년 30%를 돌파한 가운데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항공사에서 파업이 일어나도 다른 항공사가 충분히 대체 운송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항공운수업이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해제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항공사가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해제될 경우, 물류 안전이 악화되고 항공 교통 대란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근로자의 파업 기본권만큼이나, 공공의 안전성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여타 업종과 달리, 항공운수업의 경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특수업종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항공사들의 갑질 이슈로 인해 노동계에서 근로자의 파업권을 골자로 하는 필수공익사업장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사의 독과점 문제 등은 사실 회사의 문제며, 항공운송업이라는 산업 자체와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항공운송업이 민생과 관련해 유독 공공성을 요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이와는 다른 방향에서 접근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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