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회계처리 분식 판정 받아도 상장폐지까지 가지 않을 것"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시 규정 위반과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으면서 급락했다. 다만 '고의 분식'이라는 판정 수위에 비해서는 하락폭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여기에 본게임이라 평가되는 자회사 회계 처리와 관련된 분식회계 혐의는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하락폭은 제한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사진=뉴스1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시 규정 위반과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으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다만 '고의 분식'이라는 판정 수위에 비해서는 하락폭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본게임이라 평가되는 자회사 회계 처리와 관련된 분식회계 혐의는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하락폭은 제한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일 대비 6.29% 하락한 40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일 증권선물위원회 제재 발표에 급락세로 출발했다. 증권가에서는 증선위 발표 이후 지난밤 시간외 거래가 중지된 가운데 불확실성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냈다는 해석이다. 다만 최악의 경우 하한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예상보다는 시장이 담담하게 반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전 11시경까지 급락세를 보였으나 오후장에서는 변동성이 축소됐고 40만원대 초반에서 거래가 이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하락세가 제한되면서 시장에서 향후 자회사 회계변경과 관련된 금융당국의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전일 증선위 긴급 브리핑에서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공시 누락과 관련된 혐의에만 고의 분식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까지 갈 수 있는 자회사 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변경과 관련된 혐의에는 금융감독원에 추가 감리를 요구하며 판단을 유보했다. 

​◇최악은 피한 삼성바이오로직스…"상장폐지로 이어지지 않을 것"

증권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악은 피했으며 향후 자회사 회계처리 변경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상장폐지 등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중론이다. 자회사 회계처리와 관련된 분식회계 혐의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기 쉽지 않아서다. 더구나 대우조선해양이나 한국항공우주 등 분식회계로 물의를 일으켰던 종목들도 상장폐지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한 불확실성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래도 과거 대우조선해양이나 한국항공우주 사례를 감안하면 설사 회계부정으로 판결되더라도 무조건 상장폐지로 가지는 않을 것"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자회사 회계처리와 관련된 분식회계 혐의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전망이 갈린다. 일단 혐의 인정이 어렵다는 쪽에서는 회계기준을 들어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의 핵심 쟁점인 자회사 회계처리 변경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내에서도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꼽힌다. 회계기준에서 열린 해석을 내놓고 있어서다. 

K-IFRS에서는 자회사 회계처리 변경과 관련해 '종속기업은 연결회사가 지배하게 되는 시점부터 연결에 포함되며, 지배력을 상실하는 시점부터 연결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지배력을 상실하는 시점에 대해서 형식보다 실질을 우선하면서 회계 관계자의 포괄적 해석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 측은 이 과정에서 복수의 회계법인과 교수 등 전문가로부터 해석을 받으며 만전을 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냉정히 말해서 자회사 회계처리 변경과 관련된 판단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유리하다"며 "회계처리가 타당하지 않았더라도 잘못됐다는 판단을 내리기 위한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금융당국간 갈등, 우려일 뿐…혐의 판단 영향 없을 전망

반면 자회사 회계처리 변경과 관련된 분식 혐의 역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쪽은 지난 증선위 판단 결과가 예상보다 강했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자회사 회계처리 변경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안이긴 하지만 증선위에서는 과실이라는 삼성 측의 반론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고의 분식'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관계 당국간 갈등 가능성도 자회사 회계처리와 관련된 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증선위와 금감원 모두 쓸 데 없는 감정싸움은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고 실제로 증선위에서 추가 감리를 요청한 내용 역시 기존 금감원의 조사 내용을 부정하지 않고 있어서다.

증선위에서는 금감원에 추가 감리를 요구한 내용 역시 '행정처분의 명확성과 구체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자회사 회계처리 변경을 지적하면서 변경 전후 어느 방법이 맞는지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추가로 제시해달라는 요청이다. 여기서 증선위는 감리업무의 수행 주체인 증선위의 고민을 부각시켰을 뿐 금감원의 판단에는 말을 아끼면서 최대한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추가감리를 요청한 부분도 금감원이 지적한 내용의 부정이 아니라 오히려 행정처분을 하기 위한 요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증선위는 전일 브리핑에서 위법행위 내용이 명확하게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다는 대법원 판례를 함께 제시하며 자칫 쓸 데 없는 감정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동시에 금감원이 기존에 제시한 안으로도 처분이 가능한 수준으로 명확히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각적으로 논의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금감원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감원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슈와 관련해 이날 예정했던 브리핑을 취소하고 증선위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증선위 요구사항을 면밀히 검토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감리업무 수행의 주체인 증선위와 감리업무 집행의 주체인 금감원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우려는 우려일 뿐"이라며 "중대한 사안에 적법한 법과 규정에 따라 성실하게 판단을 내놓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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