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기 없이도 가상화폐 채굴 가능한 ‘클라우드 마이닝’ 알리는 최성훈 희망해시 대표

클라우드 마이닝 기업 희망해시의 최성훈 대표./사진=박현영 기자

비트코인을 얻는 방법은 두 가지다.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들이거나, 직접 채굴(마이닝)에 참여해 비트코인 보상을 얻는 방식이다. 채굴이란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직접 참여해 블록 생성을 위한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고, 그에 따른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얻는 작업을 말한다.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선 채굴기가 필요하며, 채굴기 운용에는 막대한 전기 에너지가 쓰인다. 비트코인 가격이 뛰어오르던 때에는 채굴기 수요도 눈에 띄게 불어났다. 거래소에 수수료를 주고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것보다 직접 채굴하는 것이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한 지금, 국내에선 막대한 전기료를 부담하면서 채굴을 하는 것이 소용없게 됐다.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 들어가는 채굴 비용이 보상 수준을 넘어선 탓이다.

올해 초만 해도 국내 시장에서 웃돈을 주고 구입해야 했던 채굴기는 ‘계륵’이 됐다.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서도 채굴기 중고 판매 글을 흔히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떨어진 현재, 채굴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다. 하나의 채굴기를 여러 사람이 같이 쓰면 된다. 전기료가 낮은 국가에서 채굴을 해 채굴 비용을 낮추면 더 이득이다.

이런 관점에서 출발한 개념이 ‘클라우드 마이닝’이다. 채굴에는 블록 생성을 위한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 ‘해시파워(Hash Power)’가 필요하다. 채굴기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도 기기를 소유한 기업으로부터 해시파워를 얻어 채굴에 참여하는 것이 클라우드 마이닝이다. 하나의 채굴기에서 나오는 해시파워를 여러 사람이 나눠 쓸 수 있다. 클라우드 마이닝 기업 희망해시의 최성훈 대표를 지난 11일 서울시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기료 높은 국내에선 채굴기 쓸 수 없어…“해외에서 채굴하는 게 대안”

희망해시는 중국 최대 채굴기 생산기업 비트메인(Bitmain)으로부터 기기를 구매한 뒤 전기료가 저렴한 국가에서 채굴장을 운영해 채굴 비용을 줄인다. 채굴 원가를 줄인 만큼 고객들에겐 저렴한 가격으로 해시파워를 판매한다. 채굴기를 빌리기 위한 자본금은 지난해 해외 생산 채굴기를 국내에 판매하면서 얻은 수익으로 마련했다. 

고객 입장에선 희망해시로부터 해시파워를 구입함으로써 저렴한 해외 전기료로 비트코인 채굴을 하게 되는 셈이다. 고객들은 채굴을 통해 얻은 비트코인에서 희망해시에 지급하는 소액의 운영비, 전기료를 제외한 코인을 지급 받게 된다.

최 대표는 “한국은 전기료가 비싸기 때문에 한국에서 직접 채굴기를 구입해 채굴을 하면 남는 게 없다. 비트코인 시세가 떨어진 지금은 채굴을 통해 얻는 코인의 가격보다 채굴 비용이 더 높기 때문이다”라며 “전기료가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인 다른 국가에서 채굴을 하면 훨씬 이득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희망해시는 첫 번째 마이닝센터를 설립할 곳으로 고른 지역은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다. 지역을 고를 땐 전기요금이 저렴한 것 외에도 보안 인프라를 고려했다. 최 대표는 “전기요금이 저렴하다고 해서 무조건 진출하는 게 아니라 보안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채굴한 코인이 안전하게 보호돼야하기 때문이다”라며 “채굴기가 끊기지 않고 운용될 수 있는 인프라도 필요하다. 러시아는 기초 기술이 발달한 국가라 전력, 인력 수급 수준이 좋기 때문에 첫 번째 마이닝센터를 설립할 곳으로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러시아 외에도 전기료가 저렴한 6개 국가에 추가로 마이닝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그는 “설립 지역은 협상이 완료 되는대로 차례차례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동 잦은 가상화폐 시장…“안정적으로 길게 가겠다”

최 대표는 변동이 잦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안정적인 사업을 구축할 목표로 클라우드마이닝에 뛰어들었다. 가상화폐 시장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상화폐가 사라지지 않는 한 코인 채굴 작업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세가 폭락할 경우, 채굴을 통해 얻는 코인의 가치도 떨어지므로 고객들이 더 이상 채굴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 시세 폭락 시 영업이익이 줄지 않겠냐는 질문에 최 대표는 “비트코인 가격이 여기서 더 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 진출 계획을 세운 국가들은 전기료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현재 시세가 반토막이 나더라도 어느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답했다.

최 대표는 불안한 가상화폐 시장에서 길게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요인으로 신뢰도를 꼽기도 했다.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으로는 해시파워를 판매할 때 수수료를 적게 받는 것을 택했다. 국내 투자자들을 위한 전략도 수립했다. 국내 채굴기 소유자들에게 채굴기 가치만큼의 해시파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는 “지난해 말 가상화폐 붐이 일면서 국내에도 전용장비 채굴기들이 많이 들어왔다. 2만대 정도로 추정된다”며 “그런데 그 채굴기들이 다 쓸모 없어졌다. 비트코인 시세가 2000만원대일 땐 비싼 국내 전기료를 부담해도 이익이 남았지만, 지금은 시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희망해시는 쓸모 없어진 국내 채굴기들의 가치를 측정해 그에 맞게 해시파워를 지급하고 있다.

희망해시는 이렇게 쌓인 신뢰도를 해외 마이닝센터 설립에 활용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해외 국가들과 가상화폐 관련 사업으로 협상을 하려면 이 시장에서의 높은 신뢰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전기료가 저렴한 나머지 6개 국가에 추가적으로 마이닝센터를 설립할 것”이라며 “저렴한 비용으로 가상화폐를 얻을 수 있는 클라우드 마이닝을 전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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