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할인 폭 줄이자 판매량 급감, 시장 1위 벤츠·판매 재개 폴크스바겐도 할인 공세…하반기에도 할인 경쟁 예고 “수입사 배만 불린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 상반기 독일 수입차 3사의 판매 성적을 할인 공세가 좌우한 모양새다. 이들 업체는 ‘파격’에 가까운 할인 공세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우선 높이는 한편, 신형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재고 처분에 나섰다. 시장 1, 2위인 메르세데스-벤츠, BMW는 물론 국내 복귀한 폴크스바겐도 공식 할인으로 맞불을 놓으며 적극적으로 경쟁에 가담했다. 

 

한편 내년 신형 모델 출시를 앞두고 하반기까지 할인 공세가 가열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울며 겨자먹기로 ‘비공식 할인’을 제공해야 하는 영업 일선의 출혈 경쟁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수입차 시장 2위를 지키던 BMW코리아의 성적이 크게 흔들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시장을 양분해 온 BMW코리아의 판매대수는 4196대로 전월 대비 20%가까이 판매량이 급감했다. 상반기 최고 실적을 기록한 3월 판매량(7052대)에선 약 40% 추락했다. 이로 인해 지난달엔 벤츠의 판매량(6248대)과의 격차가 2052대로 더 벌어졌다. 

업계에선 BMW의 할인 폭이 줄어든 게 판매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초부터 BMW 매장들은 일부 제품에 한해 800만~1000만원 규모의 할인 정책을 실시했다. 인기 모델인 5시리즈의 일부 트림도 최대 1000만원까지 할인돼 지난 3월엔 3908대가 팔려 나가며 전월(1935대) 대비 두배 가까이 판매량이 급증했다. 


그러나 1000만원에 달했던 할인 폭이 6월 780만원, 7월 590만원으로 점차 쪼그라들면서 판매량은 크게 주춤했다. 지난 3월 4000대 가깝게 팔렸던 5시리즈는 4월 3392대, 5월 2418대로 점차 판매량이 감소하다가 지난달 2003대 팔리며 3달만에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강남구에 위치한 BMW 매장 관계자는 “할인에 따라 수요가 확 쏠리는 경향이 있다. 320d의 경우 올초 1000만원가량 할인하면서 현재 국내 물량이 전무한 상태​라고 전했다. 


같은 기간 벤츠도 할인 맞불을 놓은 동시에 할인 품목을 다변화해 견조한 판매량을 이어갔다. 지난 3월 벤츠 E200 할인에 이어 4월엔 C클래스로 할인 범위를 넓히며 고객 수요에 대응했다. 지난 4월 C클래스의 경우 트레이드인 할인(기본할인에 기존 중고차를 반납하면 추가 할인해 주는 방식)까지 더해져 총 1200만원 할인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C클래스의 4월 판매량은 1860대로 전월 판매량(967대)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초 판매를 재개한 폴크스바겐코리아도 적극적인 할인 프로모션과 함께 시장에 복귀했다. 일각에선 벤츠와 BMW의 할인 경쟁이 주춤한 사이 할인 폭을 높여 시장에 안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폴크스바겐은 지난 5월 신형 티구안에 대해 최대 13% 할인과 함께 중고차 트레이드인 할인 200만원 정책을 실시했다. 할인 정책에 힘입어 티구안은 지난달 1076대 팔리며 고객 인도 한달 만에 베스트셀링카 1위에 등극했다. 


수입차 업체는 단종을 앞둔 모델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할인 정책을 실시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시장에선 사실상 할인 경쟁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수입차의 할인 여부는 국내시장의 점유 순위를 좌우할 정도로 판매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르면 올해 말, 내년 중으로 신형 모델 출시가 예정된 까닭에 하반기도 할인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 같은 할인 경쟁은 중고차 가격을 낮추고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실추할 수 있다는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아울러 수입업체는 할인 정책을 통해 판매 대당 수익성은 크게 타격 받지 않으나, 영업일선에선 출혈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 수입차 판매점의 경우 영업직원이 개별 판매 수익금을 포기하면서까지 찻값을 깎아주는 ‘비공식 할인’을 제공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까닭이다.

실제로 서울에 위치한 한 수입차 판매점 직원은 기자가 차량의 가격을 묻기도 전에 “대당 판매 수익금으로 받는 50만원을 고객에게 다 줄 수가 있다”고 바로 말문을 열기도 했다. 또 다른 영업직원은 “인기가 많은 모델의 경우 할인이 시작되면 수요가 확 늘기 때문에 딜러들마다 고객 유치 경쟁이 심해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할인 정책을 통해 수입업체의 판매량은 크게 증가할 수 있지만 고객을 유치하는 딜러들은 경쟁이 치열해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신형 모델이 나오기 전엔 구형 모델의 보관 비용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비용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빨리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서든 대당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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