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호 변호사, 국가기록원 상대 소송서 승소…재판부 “문건 목록은 대통령 지정기록물 아냐”

지난 6월 28일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세월호가 바로 서 있다. /사진=뉴스1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작성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보고된 문건의 ​목록’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 목록은 법률상 보호 기간이 정해진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1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가 국가기록원을 상대로 ‘세월호 참사 당일 작성된 문건 목록을 공개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당 문건 목록이 대통령 지정기록물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기록물은 세월호 침몰참사가 발생한 날 청와대 비서실, 경호실, 국가안보실에서 승객 구조 공무수행을 위해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 목록에 불과하다”라며 “관련 법에서 정한 지정기록물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기록물에 관한 정보공개 원칙, 알 권리의 중요성,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데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 아무 제한 없이 임의로 대통령 지정기록물을 선정해서는 안되고 대통령기록물관리법(대통령기록물법)에서 정하는 요건을 갖춘 기록물에 한정해 보호기간을 지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 1항은 대통령 스스로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열람·사본제작 등을 허용하지 않거나 자료제출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있는 기간(최장 15년, 사생활의 경우 최장 30년)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 가능한 문건들은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 ▲대내외 경제정책이나 무역거래 및 재정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민경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 ▲정무직공무원 등의 인사에 관한 기록물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 및 관계인의 생명·신체·재산 및 명예에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기록물 ▲대통령과 대통령의 보좌기관 및 자문기관 사이, 대통령의 보좌기관과 자문기관 사이, 대통령의 보좌기관 사이 또는 대통령의 자문기관 사이에 생산된 의사소통기록물로서 공개가 부적절한 기록물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표현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기록물 등이다.

판결 이후 송기호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세월호 참사 관련 문서 등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주요 문서 공개를 가로막은 법적 장애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송 변호사는 지난해 5월 국가기록원에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 경호실, 국가안보실 등이 작성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보고한 문건 목록을 공개하라고 정보공개 청구를 냈다.

하지만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세월호 참사 당일 보고된 문건과 문건 목록까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했다. 이에 송 변호사는 지난해 6월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작성된 문건 목록을 공개하라고 이번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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