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국정감사에서 국세청 퇴직자 재취업 논란 ‘단골 메뉴’…심기준 “주류업체 재취업, 조세정의와 상반”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 퇴직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권력기관 중 한 곳인 국세청으로 관심이 모아진다. 세무조사라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국세청은 기업들에게는 공정위와 더불어 소위 ‘잘 보여야 할’ 기관 중 한 곳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국세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곳 퇴직자들은 높은 몸값이 매겨지기도 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전 5년간 맡았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에 3년간 재취업 할 수 없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또 모든 퇴직공직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직접 처리한 일정 업무를 퇴직 후에 취급할 수 없다.

지난 2014년 민병두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의 퇴직자의 취업심사 통과율은 95.8%다. 업무관련성이 있지만 ‘예외’로 대부분 인정받은 것이다. 이에 국세청 퇴직자들의 재취업 논란은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국세청 퇴직자가 업무관련성이 높은 기업에 재취업을 시도했다가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취업승인을 받지 못한 사례가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심 의원은 “(취업불승인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세청 퇴직자의 재취업은, 이 기관이 인‧허가의 전권을 갖고 있는 주류 부문에서는 더욱 큰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주류업체에게는 국세청이 말 그대로 ‘슈퍼 갑(甲)’이기 때문에 퇴직 전 업무관련성이 적어 이들 업체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심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밝힌 ‘최근 5년간 서울‧중부국세청 퇴직자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총 4명이 국세청에서 주류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심 의원은 “국세청 퇴직자가 주세와 관련된 업체로 취업하는 것은 정의로운 조세행정과는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퇴직자의 재취업 논란은 세무업계의 황금시장인 ‘조세불복’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세금고지에 대한 불만으로 제기하는 심판청구를 할 때 납세자의 10명의 3명가량은 세무대리인을 변경하는데, 이들 중 60%가 대형 회계법인이나 세무법인으로 갈아타는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기장이나 신고대리를 맡은 세무대리인이 해당 기업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국세청 고위직 출신이 많은 대형 회계·세무법인이 세무행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납세자들의 막연한 기대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세청 인사시즌이 되면 회계·​세무법인들이 앞다퉈 고위직 퇴직자를 영입하려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국세청에 있을 때 어떻게든 4급은 달고 나오려고 한다. 수임하는 일의 자체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국세청 네트워크를 가진 전관이 직원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세무나 회계 법인 측에서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서 전관 재취업이 이루어진다면 잘못하면 이게 비리 커넥션이 이뤄질 수가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여러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퇴직 공직자들의 취업제한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취업심사대상자의 취업제한기간을 퇴직일로부터 5년으로 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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