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 공시 누락 고의 결론…자회사 회계처리 변경은 추가 감리 요청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된 핵심 판단을 다시 한번 뒤로 미뤘다. 미국 바이오젠에 부여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콜옵션 관련 내용 누락은 고의 분식으로 판단했으나 핵심 쟁점 사항이던 자회사 회계처리 변경과 관련된 판단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사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와 제재 수위 발표를 마치고 브리핑룸을 나서는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증권선물위원장) / 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된 핵심 판단을 다시 한번 뒤로 미뤘다. 미국 바이오젠에 부여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콜옵션 관련 내용 누락은 고의 분식으로 판단했으나 핵심 쟁점 사항이던 자회사 회계처리 변경과 관련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제재는 일단 공시 누락과 관련된 수준에 국한되면서 내일 거래에는 문제가 없을 예정이다.

 

12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일부 사안에 대해 ‘고의 분식’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미국 바이오젠에 부여한 콜옵션을 공시하지 않은 것은 고의 누락이라는 판단이다. 바이오젠 콜옵션 부여 사실 공시 누락은 과실이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예상보다 강력한 결론이라는 평가다.

 

증선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에게 부여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콜옵션 등에 대한 내용을 공시하지 않았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공시 누락에 대한 조치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 관련 담당임원 해임권고와 3년간 감사인 지정 등을 내렸다. 공시누락 기간에 감사를 맡았던 삼정회계법인은 향후 4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감사 업무를 맡지 못하게 됐다. 이와 함께 증선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담당 공인회계사의 위반내용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거래에는 큰 타격이 없을 예정이다. 증선위가 공시 누락과 관련한 사안에 한정해 고의 분식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상장 적격성 심사 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시 누락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됐다는 내용을 공시한 뒤 거래정지에 들어간다"며 "이미 국내 증시가 폐장한 뒤기 때문에 시간외 거래가 중지되고 내일 증시 개장 이후에는 예전과 같이 거래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일단 예상보다 강한 증선위 판단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간외 거래에서 하한가까지 하락했다.  제재 내용 공시후 시간외 거래가 제한될 경우 내일 개장 이후 급격한 매도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증권투자업계에서는 예상보다 강력한 증선위의 판단에 놀라면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아직 핵심 쟁점 사항이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변경과 관련된 판단에 대해 증선위에서는 금감원의 추가 감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5년 상장 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지분가치를 재평가했다. 이에 2011년 설립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에는 1조9000억원대 흑자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의도를 갖고 고의적으로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며 제재에 착수했다. 

 

증선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한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은 핵심 혐의에 대해 금감원의 판단이 유보돼 있어서다. 

 

증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2015년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을 지적하면서 변경 전후 어느 방법이 맞는지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행정처분을 내리기 위해서는 위법행위의 내용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핵심 판단은 다시 한번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증선위는 금감원의 감리결과 보고가 들어온 뒤 최종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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