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저평가에 더 악화될 이슈 많지 않아"…"무역 갈등의 부정적 영향 아직 미치지도 않은 상황"

미중 무역분쟁 우려에 따라 향후 국내 증시 움직임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12일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4.44포인트(0.19%) 오른 2285.06에 거래를 마쳤다. / 그래픽=키움증권HTS

 

미·중 무역전쟁이 국내 증시를 흔들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2300~2400선에서 횡보하던 코스피는 이달 들어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으로 2200선으로 내려 앉았다. 코스피가 올해 3000선까지 갈 수도 있다는 일부 증권사들의 전망은 현재로선 공허한 꿈이 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시가 좋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어느덧 공포로 바뀐 상황이다.

언제나 그랬듯 과거보다는 미래가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현 시점이 저점을 잡을 수 있는 기회인지, 아니면 아직은 더 몸을 사려야 할 때인지 판단 내리기가 쉽지 않다. 증권업계 내에서도 악재가 선반영 돼 단기적으로는 내려갈 때까지 내렸다는 바닥론과 미·중 무역분쟁 악영향이 아직 나타나지 않아 지수의 하방이 열려있다는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파티는 끝?···미·중 무역 불확실성에 2200선까지 내린 코스피

국내 증시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코스피는 올해 1월 29일 2607.1을 기록하며 장중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종가 기준으로도 2598.19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코스닥 지수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수는 올해 1월 30일 932.01을 기록하며 16년만에 최고치를 넘어섰다.

하지만 끝없이 상승 할 것 같았던 지수가 올해 2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폭락했다. 이후 코스피는 2300~2400선 사이에서 횡보했다. 이는 끝이 아니었다. 지수는 6월 중순부터 한 단계 더 아래로 내려섰다. 이달 5일에는 장중 2243.9까지 내려가면서 지난해 5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코스닥 지수 역시 7월들어 800선이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이는 당초 적정선에서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심화된 영향이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6일(현지 시간) 500억달러 규모 중국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물렸다. 중국은 이에 대해 같은 규모로 보복 관세를 물리면서 대응했다. 또 미국이 이달 10일 2000억달러 규모 중국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보복에 더 큰 보복으로 대응했다.

대외 불확실성이 증대되자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떠나기 시작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한달 전인 6월 12일 부터 이날까지 2조92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 투자자가 1조7150억원, 1341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과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무역 분쟁 불확실성에 따른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국내 증시에도 미치고 있는 것이다.

◇ “바닥 찍었다” vs “아직 저점 도래하지 않아”

이 같은 상황에서 향후 증시 향방에 대한 논의도 뜨겁다. 악재를 다 받아내 단기적으론 바닥을 찍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더 크게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 바닥을 찍었다는 배경에는 우선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더 크게 악화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데 있다. 대신증권은 이날 낸 ‘이슈코멘트’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이 극단적인 무역전쟁으로전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내부의 부정적인 여론과 중국의 보복카드가 이제는 마땅찮아 두 나라가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낙폭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국의 대중국 3차 관세부과 조치는 이미 지난달 19일에 언급된 바 있고, 8월 말까지 협상의 여지가 아직 남아있어 단기적으로 코스피 2300 이하에서 추가 급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다만 미국과 그외 나라 간의 상호 관세부과 규모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면서 글로벌 교역과 경제는 물론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은 중장기 측면에서 하방 리스크 확대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지표 측면에서도 국내 증시가 버티는 힘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코스피 2300은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trailing PBR) 1배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지수가 2300을 밑돌면 청산가치 보다 가치가 낮다는 뜻을 의미한다. 그만큼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더불어 여전히 경상수지가 75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액이 세계 9위 수준으로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이 우수해 더 큰 급락은 나오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반대로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미국과 중국의 분쟁 영향이 아직 파급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수가 더 내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기조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그 피해는 두 나라뿐만 아니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위안화와 한국 원화가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요소중 하나”라 밝혔다.

실제 기관들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들어 한국 경제의 성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다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성장경로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기존 3% 성장에서 2.9% 성장으로 0.1%포인트 낮췄다. 국책 연구기관인 KDI는 지난달 발표한 ‘2018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성장세 저하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경기 하강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했다. 

 

미중 무역전쟁 확대 속 국내 증시 '바닥론'과 '비관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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