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하락에 얼어붙은 송파구 전세시장 … 전문가들 "전세거래 비중 높다고 거래 활발한 것 아냐"

12일 서울시 송파구 인근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 유리벽에 임대료 전단이 붙어있다/사진=천경환 기자

서울 전세거래 비중(전세 거래량/전·월세 거래량  합)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전세를 찾는 신규 세입자 수는 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규모 입주를 앞둔 서울시 송파구는 신규입주물량, 전세가격 하락 등이 맞물리면서 새로운 전세 거래 보단 ‘전세 눌러앉기’ 수요가 많은 모습이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총 8만9587건이며 그 중 전세 거래비중이 6만4186건으로 70%를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비중은 지난 2014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74.9%, 76.7%를 기록했으나 2015년 상반기(69.2%)부터 전세 비중이 70% 아래로 떨어졌다. 2016년 상반기에는 63.3%까지 떨어져 전세 종말이 점쳐지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전세 비중 70.7%로 회복해 올해 상반기에는 0.9%p 더 높아진 70.9%를 기록했다.

서울 자치구별로는 은평구가 전세 비중 78.2%로 가장 높았다. 송파구는 지난해 상반기 65%에 그쳤던 전세 비중이 올해 상반기 71%로 높아졌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와 대규모 입주 물량으로 송파구 지역 주택시장의 거래절벽이 심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헬리오시티 입주 앞둔 송파구 … 공급과잉으로 전세가율·거래량 ↓

하지만 현장 분위기를 바꿔놓을 만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와 대규모 입주 물량으로 송파구 지역 주택시장에서 신규 전세계약을 찾는 세입자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12일 송파구 일대의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돌아본 결과 전세 거래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고 말하는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없었다. 한 중개업자는 전세 거래량이 많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난 3월에 2건 정도 성사시킨 이후 거래량이 없다”며 “다들 헬리오시티 입주까지 그냥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파헬리오시티는’ 연말에 1만가구 수준의 입주를 앞두고 있는 대단지다. 지난 2015년 11월에 분양돼 최고 35층, 84개동 총 9510가구의 미니신도시급 단지로 입주 예정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헬리오시티 입주 영향으로 송파구 지역에 공급이 많아지면서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 12일 부동산 114에 따르면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이 ▲3월 0.2% ▲4월 -0.8% ▲5월 -1.02% ▲6월 –1.33% 하락했다.

이에 잠실역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송파구는 최근 헬리오시티 입주로 매매·전세거래가 얼어붙었다”며 “사려는 사람도 없는데 전셋값이 계속 떨어지자 팔려는 사람도 사라져 전세 물량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전셋값 하락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이 떨어지자 역전세난과 깡통전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잠실새내역 근처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B씨는 “전세물량이 어느 정도 나오긴 하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세입자들이 많다”며 “헬리오시티가 입주를 시작하면 전셋값이 더 떨어져 우려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세가율은 65.4%를 기록해 5월보다 0.4%p 하락했다. 특히 강남3구로 불리는 강남(51%)·서초(53.2%)·송파(53.4%)의 전세가율이 유독 낮았는데 전문가들은 역전세난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 임차인 보호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세거래 비중이 높아졌다고 거래가 활발하다는 뜻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거래 비중은 기존 전세입자들이 매매수요로 돌아서지 않거나 전세에서 월세로 돌아가지 않을 때도 높아질 수 있다”며 “종합부동산세 인상이 주택 보유를 부담스럽게 만들다보니 전세로 눌러앉는 기존 임차인 비율이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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