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개치는 불법청약… 1순위 청약만점자도 ‘수두룩’


함께 살지도 않는 부모 및 조부모의 주소를 세대주 주소로 옮긴다. 쌍둥이를 임신한 것처럼 임신서류를 위조한다. 서류상으로만 이혼과 재혼을 반복한다. 그렇다. 모두 청약점수를 높이기 위해 저지르는 불법행위들이다.

무주택자들에게 내 집 마련 꿈을 실현 시켜주기 위해 만들어진 주택청약 제도가 어느 순간부터 돈을 벌기 위해 온갖 불법과 편법이 판치는 투기의 장으로 변질됐다. 위장전입부터 청약통장 매매까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되는 이른바 ‘로또 아파트’를 잡기 위한 투기세력들의 진흙탕 싸움에 무주택자의 등만 터지고 있다.

지난 8일 경기도 부동산 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은 최근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하남 미사지구, 안양 평촌지구 등을 대상으로 불법 중개행위를 점검한 결과 총 232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그 중 위장전입 의심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해당 시에 1년 이상 거주해야 우선공급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청약부적격자 상당수가 전입신고만 하고 청약에 당첨된 것이다.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되는데 불법행위자들은 로또 아파트 앞에 눈이 멀어 눈 하나 깜짝 안하는 듯해 보인다.

청약 가점제 만점자인 1순위 청약자가 증가하는 점도 무주택자들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원인이다. 한 예로 최근 청약 접수를 마감한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최고 경쟁률(전용면적 63㎡)은 90.69대 1이였으며 청약가점 평균은 71.6점이 나왔다. 청약가점은 84점이 만점이다.

청약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부양가족이 6명 이상(35점), 무주택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 이상(17점) 등의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한다. 아울러 무주택 기간 가점은 만 30세 이후부터 1년이 경과할 때마다 2점씩 가산된다.

다시 말해 평균 분양가(3.3㎡) 4160만원, 즉 9억원이 넘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 아파트에 당첨되려면 나이가 많아야 하며, 부양해야할 가족이 6명 이상이어야 하며, 15년 이상 무주택자로 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분양가의 60%인 5억4000만원 상당의 중도금을 준비할 수 있는 가진 청약자가 이러한 조건을 전부 충족했을지 의문이다.

이처럼 과거 부족한 주택을 무주택자들에게 우선 공급하고,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청약제도의 도입 취지는 이미 퇴색된지 오래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다양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나이가 젊을수록, 부양 가족이 적을수록, 직장생활과 결혼기간이 짧을수록 당첨률이 낮아지는 현실과 알짜배기 지역의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하기 위해서라면 불법 또는 편법을 마다하지 않는 작금의 풍토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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