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구성요건 두고 법조계 “추가적인 사실관계 규명 필요”

송영무 장관이 지난 10일 국방부에서 문재인 대통령 특별지시와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탄핵정국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의 위수령과 계엄 검토 문건 작성 등에 대한 '독립수사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연합뉴스

군인권센터가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 책임자들을 고발한 가운데, 형법상 내란예비음모죄와 군형법상 군사반란예비음모죄가 법리적으로 구성될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검은 군인권센터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과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당시 국군기무사령부 3처장)을 고발한 사건을 공안2부(부장검사 진재선)에 배당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은 고발장 검토와 고발인 조사를 통해 초기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국방부 독립수사단과 공조를 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쟁점은 문건 작성 등 행위가 두 죄명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먼저 형법상 내란죄는 국토를 참절(쿠데타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국토 일부 또는 전부를 함부로 차지해 주권을 빼앗음)하거나 국헌을 문란(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가 아닌 방법으로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기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범죄다. 형법은 내란을 예비하거나 음모하는 경우에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군형법상 반란죄는 작당해 병기를 휴대하고 반란을 일으키는 범죄다. 군형법 역시 반란을 예비 또는 음모하는 경우에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모든 범죄에서 예비나 음모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하지는 않지만, 내란죄 등의 경우 국가적 법익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별도로 처벌조항을 두고 있다.

여기에서 ‘예비’란 범죄활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범행도구를 준비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이고,‘음모’란 2인 이상이 범죄를 하자고 모의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문건 내용만으로 범죄가 구성된다고 보기 어렵고 검찰 등의 추가적인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은 “내란은 일반적인 의심만으로는 부족하고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하려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면서 “정부 또는 국회, 사법부 등 헌법기관의 기능을 정지시키려는 목적 등이 있었는지 추가적인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고발인은 형법상 내란예비음모죄와 군형법상 군사반란예비음모죄를 적용해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수사기관의 수사가 꼭 두 죄명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면서 “문건 작성 과정에 정상적인 명령 계통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기타 군형법 조항 등에 위배돼 처벌도 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국립인천대 교수)은 “해당 문건은 탄핵 인용 또는 기각시 연역적인 절차가 정리돼 있을 뿐 범죄를 모의한 시기나 대상, 수단, 역할분담 등이 특정돼 있지 않다”면서 “문건 내용만으로 범죄가 구성된다고 예단할 수 없고,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이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월 이 문건을 보고 받고 문제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뒤늦게 문건 내용이 여론의 주목을 받는 배경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군인권센터는 문건책임자들의 행위가 불법적 계엄령 선포에 해당한다는 구체적 근거 5가지를 고발장에 적시했다. 

 

▲시민들의 평화로운 저항권 행사를 ‘종북’으로 규정하고 진압의 대상으로 본 점 ▲위수령을 적극 악용, 국회의 적법한 권한행사를 방해하려는 계획을 담고 있는 점 ▲정상적 군 지휘 체계를 벗어나 군령권을 지닌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사령관을 맡기기 위한 계획을 담고 있는 점 ▲비상계엄 시 합동수사본부에 부여되는 수사권을 악용하여 시위주동자를 체포하고 SNS와 언론을 통제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점 ▲통상의 작전계획을 벗어나 전방 기계화사단과 기갑여단, 특수전사령부 소속 공수여단을 후방에 파견하여 계엄군으로 활동하게 하려는 계획을 세운 점 등이다.

앞서 센터가 공개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앞둔 2017년 3월 위수령 및 계엄령 발포를 준비했다. 문건에는 계엄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고려해, 초기에는 위수령을 발령하고 상황 악화시 계엄을 시행하겠다고 적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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