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과 재정 지출 확대 병행해야 효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올해 고용 상황이 계속 부진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이 없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도 속속 나왔다.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이 최저임금 하나만으로 불가능하다며 재정 지출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발표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증가 폭이 5개월 연속 10만명대 전후에 그쳐 부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지난해보다 16.4% 올랐다. 경영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상당 부분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물론 고용 부진이 최저임금 하나만에 따른 결과는 아니다. 그러나 주 요인 중 하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연구소 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다양한 연구 결과가 있다”며 “다만 최저임금이 오르면 편의점 등 영세업체 중심으로 부담이 커진다. 고용률이 줄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없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도 속속 나왔다.

황선웅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기존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국내 기존 16개 선행 연구의 303개 추정값 가운데 부정적 효과를 보고한 경우는 25%에 불과하다.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거나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 경우는 75%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도 현재까지는 고용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지금까지 실증분석 결과로는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발견되지 않는다”며 “영미권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최근 최저임금의 부정적 고용효과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실증분석 결과가 대세를 이룬다”고 말했다. 

/ 자료=2018년 최저임금의 고용효과 추정(홍민기 노동연구원),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특히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효과로 지적되는 음식 숙박업 고용 감소도 최저임금 탓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효과’ 보고서에서 “음식·숙박업의 고용은 2016년 7월 이후 감소 추세였다”며 “최저임금이 인상되지 않았더라도 고용이 감소했을 것이다. 이런 추세를 판단하지 않으면 고용 감소가 최저임금의 영향인 것처럼 오인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 부진은 제조업 경기 악화에 따른 영향도 있었다.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2분기 제조업 취업자는 9만1000명 줄었다. 2017년 2분기 이후 4분기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 “소득주도성장 정책, 중장기적 효과…재정 지출 병행해야”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 하나만으로는 소득주도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유선 이사장은 “올해 최저임금 수혜자들의 연간 임금인상액 합계는 최대 7조2000억원이다. 이는 전체 노동자 임금총액의 1%가 안 된다”며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불가능하다. 재정지출 확대, 소득재분배 등을 병행해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자영업자에 대해 “2017년 자영업자 568만명 가운데 고용 직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61만명이다”며 “이들의 부담은 골목상권 보호, 적정 하도급 단가 보장, 카드 수수료 인하, 건물 임대료 규제 등을 통해 해결해야한다”고 말했다.

황선웅 교수도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시행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도 뿐”이라며 “재정지출을 늘리고 복지 수준을 확대해야 소득주도성장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한국 경제의 근본 구조를 바꾸는 것이기에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 부문 부진에 대해서는 정부가 규제 완화 등 혁신성장 추진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고부가가치 경쟁력을 높여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앞서 한 대기업 연구원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수요 측면만 말한다. 성장과 연결되는 생산 요소 측면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소득이 늘면 인과 관계로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기업가들은 미래 수익이 보장돼야 투자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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