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스페셜’ 서울 1호점 12일 첫 선…번들과 낱개 제품 모두 갖춰, 쇼핑 동선 확대하고 매대 간격 줄여 편의성도 제고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의 유통실험이라 불리는 홈플러스 스페셜 서울 1호점이 오는 12일 문을 연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기존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마트의 성격을 적절히 결합한 형태의 ‘하이브리드형 매장’을 지향한다. 이로써 대용량 제품을 원하는 가족단위, 소용량 제품을 원하는 1인가구 등을 모두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형마트 매출이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 임 사장의 새로운 시도가 돌파구로 이어질 지 관심이 모인다.

임일순 사장은 11일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 오픈 미디어 투어에 참석, 홈플러스 스페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홈플러스는 서울 목동에 위치한 목동점을 리모델링한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을 12일 재오픈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창립 초기 당시 첫 서울 입성(2001년 14호점 영등포점)에는 4년이 걸렸지만, ‘홈플러스 스페셜’은 대구점 오픈 이후 2주 만에 서울권 점포를 여는 등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이마트 트레이더스, 코스트코, 롯데마트 빅마트 등 창고형 할인마트의 성격과 기존 대형마트의 특징을 결합한 형태다. 창고형 할인점에서 살 수 있는 번들(Bundle·꾸러미)​과 대형마트의 낱개 제품 등 두 가지 형태의 제품을 모두 살 수 있는 ‘하이브리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ybrid Discount Store)’다.​
 

12일 오픈을 앞둔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 내부. /사진=박견혜 기자

이로써 홈플러스는 ‘꼭 필요한 만큼 조금씩 사는 1인가구 뿐만 아니라, 박스 단위의 가성비 높은 대용량 상품을 선호하는 자영업자 고객까지도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임 사장이 지난 3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새로운 모델의 대형마트가 서울에서 첫 선을 보인 것이다.

◇ “트레이더스·코스트코와 달라”…창고형 할인점와 대형마트 결합한 ‘하이브리드 마트’

목동점은 홈플러스에게 의미가 깊은 곳이다. 이 곳은 1996년 한국에 진출한 까르푸가 처음 문을 열고(2001년, 연면적 4만7172㎡, 약 1만4270여평), 2006년 이랜드에 인수돼 홈에버로 이름을 바꾼 이후 2008년에는 테스코 시대의 홈플러스가 됐고, 2015년에는 독자적 로컬기업으로서 그 전략적 선택을 독립적으로 신속하게 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지난 20여년간 글로벌과 한국 유통의 특징을 모두 갖춘 만큼, 각각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점포’로 다시 태어나기에 제격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권에 대한 우려도 불거지지만 홈플러스 측은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은 기존의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 양평점’과 직선거리로 불과 1.6km, 롯데마트의 ‘빅마켓 영등포점’과는 약 2.7km 떨어져​ 있어 고객 유치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다만 홈플러스는 상품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를 극복한다는 복안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목동점에 처음으로 스페셜 신선식품 250여종을 시범 운영했는데, 이를 통해 신선식품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0% 상승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김웅 홈플러스 상품부문장(전무)은 “보다 쾌적한 쇼핑 환경을 조성하고 1~2인 가구의 핵가족이 찾는 소용량 상품부터 가성비 높은 대용량과 차별화 상품까지 갖춰놓은 만큼, 대용량 상품만 판매하는 인근의 창고형 할인점과 경쟁해도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용량과 소용량 제품 비율은 약 60대 40 수준이다.
 

12일 오픈을 앞둔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 내부. /사진=박견혜 기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브라질너트’와 ‘16개입 빙그레 바나나우유’ 등 홈플러스 스페셜에서만 판매하는 제품들도 실제 인기를 끌고 있다.

아울러 기존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단점을 모두 극복하고자 했다. 슈퍼마켓에는 도매가 수준의 대용량 상품이 없다. 창고형 할인점에서는 1인가구를 위한 소포장 식품이 없다. 이 두가지 단점을 모두 극복한 첫 하이브리드 대형마트인 만큼, 홈플러스는 인근 서울 영등포와 강서지역을 비롯해 경기도 부천시, 광명시 등 인근 광역 상권 고객들의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카트끼리 엉킬 일 없어요”…매대 간격 늘리고, 대용량·차별화 상품 확대

매대 사이 간격은 창고형 할인점만큼이나 넓지만, 각 매대별 높이는 기존의 대형마트 수준으로 평범한 키의 사람들도 꼭대기에 진열된 상품을 직접 집어들 수 있을만했다.

아울러 매대간 간격은 기존 홈플러스 매장보다 많게는 22%까지 늘려 대형 쇼핑카트가 서로 엇갈려도 부딪치지 않게끔 고객들의 쇼핑 공간을 확보했다. 이로써 매대 앞에서 카트를 세우고 오랫동안 고민해도 다른 쇼핑객의 카트와 부딪칠 염려가 없어 보다 편안한 쇼핑이 가능해졌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12일 오픈을 앞둔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 내부. /사진=박견혜 기자
쇼핑 동선이 넓어진 만큼 매대 면적도 줄었다. 이에 따라 판매 상품 종류도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을 중심으로 기존 2만2000여 종에서 1만7000여 종으로 줄였다.

각 매대에는 이미 알려진대로 상단에는 기존의 대형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었던 소용량 낱개포장 상품들이 진열돼 있고, 매대 하단에는 초가성비의 대용량 상품이나 오직 홈플러스에서만 단독 판매하는 차별화 상품들이 모여 있다. 이 중 오직 ‘홈플러스 스페셜’에서만 단독으로 선보이는 차별화 상품 수는 2400여 종이다.

김 전무는 “홈플러스 스페셜에서는 허리를 숙이면 가격이 저렴해진다”며 “가성비 높은 대용량 상품이 많아 고객들이 굳이 멀리있는 창고형 할인점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진열 방식은 홈플러스가 지난해 주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집단면접) 결과에 따른 것이다. 오직 대용량 상품만을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양이 담겨있는 신선식품 구매를 꺼려해 창고형 할인점에서 쇼핑한 후에도 간단한 찬거리를 사러 별도로 집 앞 대형마트를 찾는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 진열 횟수 10분의 1로 줄여 직원 만족도 향상

유럽의 초저가 슈퍼마켓 체인 ‘알디’와 ‘리들’의 운영방식에서 벤치마킹해 직원의 업무강도를 줄였다. 기존 대형마트에서는 매대에 진열된 상품이 조금만 비어도 점포 직원들이 상품을 채워 넣는 속칭 ‘까대기’ 작업을 수시로 진행해왔는데,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에서는 이런 업무를 대폭 줄이고, 대부분 상품을 박스 단위 진열(RRP·Ready to Retail Package) 또는 팔레트 진열 방식으로 바꿨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점포 직원들이 하루에도 수십차례 창고와 매장을 오가며 4만~5만개 상품을 진열하던 작업 부담이 많게는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축산과 수산은 기존 대면판매 방식을 사전포장(Pre-Package) 방식으로 바꾼다. 이에 따라 오전 중에 당일 판매분량만큼 미리 가공 및 포장을 완료해놓는다. 직원들이 수시로 생선을 잘라주거나 삼겹살을 포장해주는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함이다.

패션코너에서는 옷걸이 상단에 걸려있는 사이즈 표시를 모두 떼어놨다. 직원들이 사이즈별로 분류해서 각 사이즈마다 일정 물량만큼의 수량을 유지하며 진열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창고에 별도의 재고를 보관하지 않고 각 사이즈별로 모든 재고가 매장 내에 비치돼있기 때문에 특정 인기 사이즈가 일찍 동이 나 직원에게 창고 상품을 꺼내달라고 요구할 일이 없어졌다.

김 전무는 “지난달 말에 먼저 오픈한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과 서부산점의 경우 보다 심플해진 운영방식으로 인해 직원 만족도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줄어든 업무 만큼 인원이 감축될 수도 있냐는 질문에는 “인원 감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 대구와 부산 1·2호점 오픈 2주만에 객단가↑

실제 지난달 27일과 28일 먼저 오픈한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과 서부산점은 오픈 후 지난 8일까지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3.2% 상승했다.

단순히 매출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같은 기간 동안 대구점과 서부산점을 찾은 고객들이 한번에 쇼핑한 금액(객단가)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45% 높아졌다. 더 많은 소비자가 더 오래 머무르며 더 많은 상품을 구입하게 된 것이다.

홈플러스는 오는 13일 동대전점을 비롯,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주요 광역도시와 전국 주요 핵심상권을 중심으로 기존 점포들을 빠르게 ‘홈플러스 스페셜’로 전환해 다음달 말까지 10개 점포, 올해 안에는 20개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 스페셜은 올해부터 향후 3년간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한다는 목표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변화하는 대내·외 유통 환경 속에, 고객을 감동시키는 진정한 가치와 우수함으로 다가가겠다는 각오와 집념을 홈플러스 스페셜에 담았다”며 “전국 곳곳 고객들께 찾아가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그 성공경험을 고객과 협력사, 2만5000명의 직원들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홈플러스가 선보일 예정인 지역밀착형 커뮤니티 몰(Mall) ‘코너스’(CORNERS) 역시 오는 12월 첫 점포를 선보인다. 이로써 홈플러스는 일반 대형마트, 하이브리드형 스페셜, 코너스 등 총 3가지 형태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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