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가능성에 소문만 무성…딜은 이미 시작 해석도

교보생명이 교보증권 매각과 관련해 통상적 검토일 뿐이라고 재차 확인한 가운데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넓은 의미의 딜은 이미 시작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 이미지=김태길

교보생명이 교보증권 매각과 관련해 통상적 검토일 뿐이라고 재차 확인한 가운데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넓은 의미의 딜은 이미 시작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1일 교보증권은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추진설에 관한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교보생명보험은 지분 보유와 매각, 합작사 추진 등을 통상적 수준에서 검토 중”이라며 “다만 추가 진행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교보증권은 교보생명이 통상적 수준의 검토라는 표현을 통해 매각의 공식화를 피해갔지만 그렇다고 부인하지도 않았다. 이는 한달전 공시 내용과 전혀 변화가 없는 내용이다. 이에 매각이 시급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 매도자 시장(셀러마켓)을 형성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매도자 시장은 인수합병 거래시 인수후보가 다수 존재해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인수합병 시장에서는 통상 투자안내서(티저레터) 발송이 시작되면 해당 매물이 시장에 나왔다고 본다. 그러나 매각 작업은 그 전부터 진행된다. 매각 자문사를 선정하거나 비공식적으로 잠재적 인수자들을 두드려보는 과정부터 사실상 거래 준비가 시작된 것이라서다. M&A의 본질은 매도자와 매수자간 협상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교보증권은 여기에 해당된다. 

 

인수합병업계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교보생명의 매각 언급은 없었다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일부에서 이미 태핑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며 "넓은 의미에서 딜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상적 검토라지만…사실상 매도자 시장 형성

 

인수합병업계에서는 조회 공시가 진행된 한달 사이 시장에서 거론되는 인수후보가 더 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하나금융그룹 쪽과 사모펀드인 IMM PE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기존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우리은행을 포함하면 아직 공식적인 매각을 선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3곳의 경쟁이 성립된 셈이다.

 

매각과 관련한 소문만 무성한 가운데 교보증권과 교보생명의 입장은 당분간 현 상태로 유지될 전망이다. 매각을 진행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포지션을 유지하는 편이 가격을 높이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보생명이 교보증권 매각에 시급할 필요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보증권 매각 동인(動因) 중 하나로 지목되는 신 국제회계기준(IFRS 17)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필요성은 교보생명에게 다급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IFRS17이 시행되는 오는 2021년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교보생명의 RBC(보험금 지급여력) 비율은 지난해말 기준 296%로 여유가 있다.

 

교보생명의 재무적 안정성도 교보증권 매각의 시급성을 떨어뜨린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7월 5억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당시 발행 금리는 3.95%로 국내 보험사는 물론 아시아 보험사 가운데 최저였다. 최근 금리 상승 추세에 올해 계획했던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잠정 중단한 상태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발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IB부문 경쟁 심화…교보증권 매각 진정성에 주목

 

여기까지만 놓고보면 완벽한 매도자 시장이다. 그러나 인수합병업계에서는 지금 시점에서 교보증권 매각설이 흘러나온 이유를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보증권으로만 좁혀볼 경우 반드시 매도자가 우위인 상황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현재 인수합병 시장에서는 마땅한 증권사 매물이 실종된 상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SK증권과 하이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 매물이 다수 시장에 나와 있었지만 SK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새주인을 찾아 주식거래계약(SPA)까지 마무리된 상태다. 교보증권이 매물로 나오기만 한다면 마땅한 대체재가 없는 시점이다.

 

교보증권의 차별적 요소로 부각되던 IB부문 수익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사항이다. 교보증권의 IB부문 영업이익은 지난 2015년 779억원을 기록한 뒤 2016년에는 634억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513억원으로 줄었다. 교보증권의 IB 부문 성장을 이끌던 최석종 IB금융 본부장(현 KTB증권 대표)이 KTB증권으로 이동하면서 타격이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만약 교보증권을 매각해야 한다면 지금이 적기라는 평가다.

 

교보증권은 국내 중소 증권사 가운데 IB 부문 수익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구조화금융(SF) 등에서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독보적인 입지를 갖췄다. 그러나 증권업계가 초대형IB출범을 기점으로 대형화 경쟁에 돌입하면서 상황이 변하고 있다. 교보증권 IB의 강점으로 꼽혔던 프로젝트파이낸싱과 구조화금융 분야에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증권사들의 참여가 이어지면서 경쟁이 심화된 상황이다. 

 

인수합병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의 대형화 추세를 감안하면 추가 투자 없이는 교보증권의 시장 지위가 유지되기 쉽지 않다"라며 "이 투자 필요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교보생명의 교보증권 매각 진정성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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