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건 중 3건만 발부, 23%에 불과…타 사건, 2013년부터 평균 80% 안팎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삼성의 노조와해 공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가 이날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등 3~4곳을 압수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 사진=뉴스1

삼성의 조직적인 노조 와해 의혹 수사가 더딘 배경으로 삼성에게만 엄격한 법원의 영장 발부가 지목됐다. 이 사건 관련 법원의 영장 발부율은 23%로, 2013년 이후 80%대를 유지한 타 사건 발부율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 노조와해 수사와 관련해 검찰은 총 13건의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 중 3건만 발부했다.

발부된 사례는 협력사 노조 와해 공작인 속칭 ‘그린화’ 작업 실무를 담당한 혐의를 받는 최아무개 삼성전자서비스 전무(5월 15일), 노조 대응전략을 짠 혐의를 받는 노동부 장관 보좌관 출신 송 아무개 삼성전자 자문위원(6월 27일), 노조 관련 정보를 삼성 측에 전달하고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는 전 경찰청 정보국 노동정보팀 소속 간부 김 아무개씨(7월 9일) 등이다.

반면 윤아무개 삼성전자서비스 상무(5월 3일, 5월 15일), 유아무개 전 해운대서비스센터 대표(5월 3일), 도아무개 양산서비스센터 대표(5월 3일), 함아무개 동래서비스센터 대표(5월 15일), 노무사 박아무개씨(5월 15일) 등 이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루된 삼성 관계자들에 대한 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법원은 “조직적 범죄에서 지위 역할 등을 고려했다”라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지만, 정작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윗선’과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지목된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전 대표이사에 대한 영장은 두 차례 모두 기각(5월 15일, 6월 11일)됐다.

노조탄압에 반발해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고(故) 염호석씨의 ‘시신 탈취’와 관계된 브로커 이 아무개씨와 호석씨의 부친에 대한 영장도 기각(7월 1일)됐다. 검찰은 시신을 둘러싼 뒷거래의 전모를 밝힐 계획이었지만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수사진척에 차질이 생겼다.

법원의 잇따른 영장기각은 무죄추정과 불구속수사의 원칙이 제대로 이행되는 사례로 볼 여지가 있지만, 이 사건에서만 기각율이 높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검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구속영장 발부율은 80% 안팎을 유지했다. 2013년 80.7%, 2014년 78.7%, 2015년 81.2%, 2016년 80.8% 등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삼성 등 기업 수사에서 법원이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를 부실하게 했기 때문에 영장이 기각된다’라는 비판도 있지만, 검찰 입장에서는 압수수색 및 구속영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라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각 피의자별 혐의와 영장 기각 사유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삼성의 노조와해 등 기업사건에서 유독 영장 발부율이 낮다면 검찰 입장에서는 불만이 많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으로 삼성전자서비스 및 삼성전자 본사에 대해 10여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를 위한 영장이 다수 발부돼 있다면서 특정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수차례 기각됐다는 것만으로 법원의 편파성을 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는 10일 오전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의 집무실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의장 등이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을 지낸 2012년부터 지난해 사이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와해 공작을 보고받았는지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삼성 노조와해’ 의혹 수사 일지 /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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