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차등화 적용 주장에 노동계 “임금 불평등 불러올 수 있다” 반박…전문가 “저임금 고착 막기 위해 단계적 적용 필요”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내년 최저임금 심의기간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소기업계를 포함한 경영계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차등화를 적용시키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영계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산업을 분류해 최저임금을 차등화하는 방안이 적용된다면 최저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뜻을 모았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율이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을 뜻한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등은 전날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의 주요 지불 주체인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실을 반영해 최저임금법에 규정돼 있는 사업별 구분 적용 시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최저임금 인상은 인건비 뿐만 아니라 원자재가, 도매가 인상에도 영향을 준다.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이중, 삼중으로 받고 있으며 추가로 대폭 인상 시 존폐 위기에 놓일 것"이라며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은 근로 여건에 맞는 최저임금 적용하고 있다. 업종별 부가가치와 영업이익을 고려해 합리적 기준을 세우고 최저임금 미만율을 낮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업종 특성상 제조원가 대부분이 인건비로 나가기 때문에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공장을 닫아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지역 기반 제조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속도 조절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경영계와 중소기업계가 꾸준히 주장하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는 총 3단계에 걸쳐 영업이익과 부가가치를 판단해 최저임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기업에게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자는 것이다. 뿌리산업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농업, 슈퍼마켓, 음식점 등 영세 소상공인들이 업종별 차등화의 대표적인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열악한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업종별 차등화하면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박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는 기업들을 차등적용 대상자로 선정하면,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근로자들의 최저임금까지 보호하지 못한다면 임금체계가 불평등하게 흘러갈 것이라며 저임금 근로자가 아직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저임금보다 한참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굉장히 많다. 근로자들의 임금을 깎아내리는 대안이 아닌 대기업 갑질이나 카드 수수료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가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방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계적으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가 적용돼야 저임금이 고착화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은 영업업종별로 최저임금 차등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거론됐다. 농림업, 음식점업 등은 현재 최저임금 미만율이 굉장히 높다. 이 업종은 영업이익 대비 부가가치가 높아 급여를 올려주기가 힘들다이런 업종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할 수 있게끔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이어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소기업들이) 급여 지불여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상황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업종별 차등화 같은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그러나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를 적용하면 일부 업종들은 저임금이 고착화될 수 있다. (업종별 차등화)를 노사정협의회에서 진지하게 논의하고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아직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결정하지 못했다. 오늘(10) 열리는 제12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 등을 포함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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