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대한민국에서 승무원으로 산다는 것
  • 엄민우 기자(mw@sisajournal-e.com)
  • 승인 2018.07.09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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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등 사회지도층 뿐 아니라 무리한 요구하는 승객들도 문제…한국사회 비행기 문화 생각하는 계기 되길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등 국내항공사와 관련해 연이어 터지는 불미스러운 사태들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주로 오너일가의 전횡, 비리 등에 대한 것들에 관심을 갖지만 계속되는 논란을 지켜보다 보니 대한민국에서 항공사 직원, 특히 승무원으로 일하는 이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승무원들이 겪는 일들을 보면 우리 사회 수준에 대해서까지 생각하게 된다.


최근 한 언론을 통해 아시아나 승무원 교육생들이 박삼구 회장에게 불러줄 노래와 율동을 연습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심지어 박 회장에게 달려가 안기고 팔짱을 끼는 역할까지 정해져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어땠나. 박창진 전 사무장은 비행기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메뉴얼에 대해 설명하다가 내리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보다 훨씬 전 포스코에너지 한 상무는 라면서비스가 좋지 않다며 잡지로 승무원 얼굴을 폭행한 일도 있었다. 사실 알려진 것만 이 정도지, 그 외 얼마나 많은 소위 ‘진상’이라고 불릴 만한 행동들이 승무원들에게 일어났을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오너일가나 사회 지도층만 욕할 것이 아니다. 승무원과 관련한 소란은 기자가 목격한 것만해도 수 없이 많다. 승무원 지시에 따라 정해진 자리에 앉지 않고 “자리 많은데 무슨 참견이냐”며 비행기 내에서 큰 소리치던 승객, 비행기 이착륙 시 창문덮게를 열어주라는 승무원 부탁에 “이런 게 안전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반발하던 승객, 차례대로 식사를 대접하느라 정신없는 상황속에서 계속해서 따로 무언가를 주문하고 바로 처리 안해준다고 시끄럽게 구는 승객, 그 외 규정상 안되는 것들을 제지하는 승무원들에게 욕설을 하고 소리지르던 수많은 승객들과 불편한 비행을 하곤 했다.

 

그런데 더욱 슬픈건 우리 한국인들이 거의 없는 외국 국적 비행기를 탔을 때엔 이같은 소동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보면 공교롭게도 필자가 탈 때만 벌어진 일은 아닌 것 같다.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비행기를 탑승할 때마다 방송이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승무원이 참고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해외 일부 항공처럼 승무원이 과잉 대응을 해서 논란이 되는 것도 문제지만, 승무원들에게 그저 일단 참고 넘어가라는 식으로 진상 승객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도 안전을 무시한 처사다.


한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 수준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 암울한 사회일수록 서비스 행사자에게 무례하고 자신의 권리를 확대 해석한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의 태도만 조금 바뀌어도 ‘갑을 논란’, ‘감정노동 논란’이 눈의 띄게 줄어들 것이다.

 

지금까지 우린 비행기 내에서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번 아시아나 항공 사태를 기점으로 승무원 서비스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서도 좀 생각해봤으면 한다.

엄민우 기자
엄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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