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시 경영 공백 불가피"…검찰 재청구 검토
수백억 원대 상속세 탈루 등 비리 의혹을 받는 조양호(69)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대한항공은 일단 고비를 넘겨 안도하는분위기다.
최근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사정당국의 전방위 압박으로 조 회장의 인신 구속이 단순히 경영공백 차원을 넘어 그룹 전체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한한공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6일 서울남부지법 김병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피의사실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이와 관련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조 회장은 이미 한 차례 구속된 이력이 있다. 지난 1999년 항공기도입 리베이트 과정에서 수백억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였다. 19년 만에 다시 구속될 위기에 처했지만 영장 기각으로 이를 면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비위행위는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앞서 조 회장의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물벼락 갑질'로 전국민의 공분을 샀고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밀수와 관세포탈 혐의로 구속될 위기에 놓였었다. 아내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의혹으로 역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 전무는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반려했고, 조 전 부사장과 이명희 이사장은 영장이 기긱됐다.
일각에서 이들에 비해 적용된 혐의가 무거운 조 회장의 경우 구속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법원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대한항공은 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지자 반색하는 분위기다. 총수 구속위기를 넘긴 대한항공은 신규 항공기 도입과 미국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협력 등 구체적인 경영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영장이 기각됐지만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검찰이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고 11개 정부기관도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나 정부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총수 구속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