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2011∼2013년 국회 특활비 분석…내역 공개되자 “제도 개선하자”


평화와정의 장병완(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지난 6월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하반기 원구성을 위한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 세금인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가 취지에 맞지 않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항목을 만들어 국회의원들 월급처럼 사용됐다. 특활비는 영수증을 증빙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관리나 통제도 받지 않아 세금이 낭비됐다.

5일 참여연대는 2011∼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결의서 1296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2015년 참여연대가 제기한 국회 특수활동비 비공개 취소소송 결과다. 그동안 국회는 특활비 공개를 거부해왔다.

국회 특활비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1년 87억원, 2012년 76억원, 2013년 77억원 등 총 240억원이 집행됐다.

문제는 특활비가 본연의 취지와 다르게 사용됐다는 점이다. 특활비는 영수증을 증빙하지 않아도 되기에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있다.  

자료=참여연대,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참여연대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회 교섭단체 대표는 특수 활동을 실제로 했는지와 상관없이 매월 6000만원을 받아갔다. 상임위원장과 특별위원장도 위원회 활동과 관계없이 매월 600만원씩 가져갔다.

이에 참여연대는 “특수활동비를 사용해야 할 구체적 사유나 상황이 생긴 것이 아님에도 우선 지급하고 알아서 쓰도록 했다”며 “이는 특수활동비 원칙에 맞지 않다. 대표적 예산 낭비다”고 말했다.

또 국회 상임위원회 중 법제사법위 위원장만 특수활동비를 매달 1000만원씩 추가 지급 받았다. 법사위 위원장은 다른 상임위원장과 동일하게 매달 600만원도 상위임원회 활동비로 지급받고 있다.

법사위 위원장은 추가로 가져간 1000만원을 간사에게 100만원, 위원들에게 50만원, 수석전문위원에게 150만원씩 나눠 줬다.

참여연대는 “법사위에만 유독 특수활동비를 추가로 지급할 이유가 없다”며 “상임위 활동에 예산이 필요하다면 정책개발비 또는 특정업무경비에서 사용하고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는 회의가 없는 달에도 매달 600만원씩 받아갔다. 예결특위는 예산·결산 시기에만 열린다. 실제로 국회 윤리특위는 2011년 단 4번 회의를 열었다. 2012년 5번, 2013년 4번 회의를 진행했다.

예결특위는 매달 받아가는 특수활동비 외에도 비정기적으로 78차례에 걸쳐 한 번에 최대 5000만원을 수석 전문위원이 받아갔다. 윤리특위도 특활비 외 9월 정기국회마다 대책비 300만원, 위원회 활동지원비 700만원을 수석 전문위원이 가져갔다.

특히 누가 받아갔는지조차 알 수 없는 특활비가 전체의 25% 가량 차지했다. ‘농협은행(급여성경비)’으로 2011년 18억원, 2012년 20억원, 2013년 21억원을 특활비로 가져갔다. 이는 전체 특활비의 약 25%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 돈을 누가 어떤 명목으로 가져다 썼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참여연대는 “농협통장으로 지출되는 특수활동비 액수가 전체 국회 특수활동비의 약 4분의 1에 상당하지만 농협통장에 대해 전혀 알려진 바 없다”며 “누가 해당 통장에서 인출해 누구에게 어떤 명목으로 지출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깜깜이식으로 운영되는 특수활동비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국회의장이 해외 순방할 때마다 수천만원의 특수활동비를 썼다. 3년간 61만2000달러(약 7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박희태 전 의장이 5회에 걸쳐 28만9000달러, 강창희 전 의장이 6차례에 25만8000달러를 썼다.

특활비의 중복 지급도 있었다. 실례로 의정지원 입법활동지원(1031-300)에는 교섭단체정책지원비, 월별 교섭단체활동비, 회기별 교섭단체활동비가 있었다. 교섭단체 지원 지출 종류만 3개다. 또 국회운영대책비, 국회운영조정지원, 국회운영지원 특수활동비가 중복 지급되고 있었다.

국회는 국회의원 연구단체에도 매년 5억여원의 특수활동비를 지급했다. 참여연대는 “의원연구단체활동 사업은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을 넘어 연구단체를 구성하고 관심 있는 분야의 연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입법정책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목적을 살펴볼 때 의원연구단체 관련 활동에 기밀유지가 전제되는 특수활동비를 지급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 특활비 공개되자 정당들 “특활비 제도 개선”

참여연대에 의해 특활비 공개되자 정당들은 한 목소리로 특활비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참여연대가 2015년 5월 국회에 특활비 정보공개청구 했을 당시 국회의장과 국회사무처는 “공개될 경우 국회 본연의 의정활동이 위축 되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통해 대법원 판결까지 진행, 최종 승소했다.

각 정당들은 국회 특수활동비가 공개되자 즉시 제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박미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그동안 성찰과 반성 없이 특수활동비를 사용해온 데 대해 국민들 앞에 송구하다”며 “특활비는 국회의원과 교섭단체의 원활한 의정활동 지원, 위원회의 국정감사와 조사, 기타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의회외교 활동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영수증 증빙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이 있다면 과감한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영수증 증빙을 포함한 투명한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의 상식과 뜻에 맞는 제도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련 제도개선 특위를 구성해 대한민국 기관별 특활비의 운영 실태와 제도개선 방안을 국민에게 온전히 제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가능하면 정기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며 “특활비 운영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 국민 걱정과 우려를 고려해 국회에서 같이 제도개선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오유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감사는 “국회 예산안 심사 시 특활비 비목을 증빙 처리하기로 결정만 하면 된다”며 “법을 고칠 사안도 아니다. 회계처리 지침으로 개선이 가능하다. 의원들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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