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튼튼한 가치기반 확보해야

온라인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게임머니’ 라는 것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름 그대로 ‘게임 속에서 사용되는 화폐’를 말한다. 비록 게임일지라도 인플레이션, 개인간 거래와 사기, 노동에 대한 보상 등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현실 경제와 매우 흡사하다.

현금처럼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디지털 세계에서 가치가 부여된 화폐라는 점에서 암호화폐 역시 게임머니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암호화폐는 게임 속이 아니라 현실 경제와 맞닿아 있다.

사람들로부터 가치를 부여받은 암호화폐가 발행되어 시장에 풀리고, 이를 이용해 서비스나 재화를 거래할 수 있는 경제활동 생태계, 이를 두고 암호화폐를 가리키는 ‘토큰(Token)’ 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의 합성어인 ‘토크노믹스(Tokenomics)’ 라고 부른다.

토크노믹스를 설계하는 것은 단순히 특정 용도로 사용되는 화폐를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 화폐가 사용되고 참여자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정교한 플랫폼이 필요하다. 또한 그 위에서 화폐를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사용자, 그리고 서비스 제공자 혹은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가치가 필요하다. 거기에 공정하고 매력적인 보상모델이 더해져야 한다.

토크노믹스의 보상모델은 참여자이 플랫폼에 기여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게 설계되어야 한다. 플랫폼에 기여하는 것은 여러가지 형태가 있다. 데이터를 제공한다거나, 비트코인의 경우처럼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등 수없이 다양한 기여모델이 등장하고 있으며, 각각의 기여에 대한 보상의 형태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토큰으로 보상을 지급하기도 하고,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가격을 할인해 주거나, 또는 스팀잇처럼 플랫폼 내에서의 영향력을 높여 기여에 대한 동기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많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이 다양하고 기발한 보상모델과 토크노믹스를 제안하고 참여의 당위성을 언급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토큰이 가치를 가질 수 있는 튼튼한 가치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토큰과 할인혜택을 제공하더라도 토큰 자체의 가치가 매우 낮고, 가치의 상승여력이 약하다면 참여자들을 모으기는 쉽지 않다. 특히나 ICO를 진행한다면 투자자들에게 가장 쉽게 공격받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토큰의 가치기반이다.

토큰의 가치기반이 튼튼하려면 토큰이 지속적으로 수요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기여자들이 제공한 데이터를 누군가 지속적으로 구매해 준다거나, 사용자들이 해당 토큰을 사용하는 플랫폼에서 편리함을 느끼고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싶어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을 보면 이 부분이 빈약한 경우가 많고, 이는 결국 얼마나 강건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했는지 여부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최초 인터넷의 등장과 발전의 사례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기술로 우리 곁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현재까지 극복하지 못한 여러 한계점들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할 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사업은 결국 비즈니스 모델과 완성도 높은 서비스로 얼마나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허술하지만 있어 보이는 토크노믹스를 기반으로 대중들을 현혹하고 ICO를 진행하는 것은 결국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발전의 속도를 저해하는 결과만 낳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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