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자유롭게 선정가능…“서울 인기 주거지역 승산 있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못해 ‘임대 후 분양’방식으로 전환했던 서울 용산구 ‘나인원한남’이 흥행을 거뒀다. 임대보증금이 33억~48억원에 달했지만 341가구 모집에 1800여명이 몰렸다. HUG의 규제를 피한 우회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나인원한남의 흥행 성공으로 수요와 수익성이 담보된 서울 알짜 단지들도 ‘임대 후 분양’ 방식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건설사들은 단순히 수주가 목적이 아닌 금융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임대 후 분양 방식이 사업성에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맞춘 임대·관리 등 신사업까지 선보이고 있다.
4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그동안 건설사들은 HUG와 분양가 책정을 놓고 마찰을 빚어왔다. HUG는 선분양을 할 경우 분양가가 최근 1년간 인근에서 분양한 아파트 평균 분양가의 최고치를 넘거나 주변 시세의 110%를 넘을 경우 분양보증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수익성으로 직결되는 분양가를 현 시세대로 산정해달라며 맞서는 상황이다.
서울 용산구 ‘나인원한남’도 분양가 책정을 놓고 HUG와 반년간 줄다리기를 했다. 시행사인 대신F&I는 건너편에 위치한 ‘한남더힐’의 시세를 감안해 3.3㎡당 6360만원을 제시했지만 HUG는 3.3㎡당 4000만원대를 고수했다. HUG의 분양보증 선정기간이 길어지자 대신F&I는 나인원한남의 분양방식을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했다.
◇HUG 규제서 자유로워…‘분양가’ 사업자 맘대로
나인원한남이 임대 후 분양으로 바꾼 이유는 HUG의 규제를 피할 수 있어서다. 현행 민간임대주택법에는 임대 의무기간 이후 분양전환 시 분양가 산정에 대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임대 보증금, 임차인 자격, 분양 시기 등을 사업자가 임의로 정할 수 있고 분양가는 입주자 모집공고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강남 재건축 단지 수주전에서도 건설사들이 먼저 ‘임대 후 분양’을 제시했다. 지난달 열린 서울 강남 대치쌍용2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대우건설은 조합 측에 ‘임대 후 분양’을 제시했다.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건설 역시 조합의 공급방식을 따르겠다고 했다.
임대 후 분양을 염두에 둔 건설사들은 시공을 넘어서 관리와 임대까지 서비스하는 신사업을 선보이고 있다. 임대를 다른 곳에 맡기기 보다는 직접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인 수익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롯데건설은 자산운영서비스 주거시설의 책임관리 서비스와 비주거 시설에 대한 개발, 건설, 운영, 관리 등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부동산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엘리스(Elyes)’를 서비스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2월 임차인의 계약일자나 재계약 기간, 임대료 및 공과금 등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부동산 종합 서비스 프로그램인 ‘디앤서’를 선보였다.
◇“서울 인기 주거지역 사업 승산 있어”
건설업계에서는 서울 인기 주거지역의 경우 임대 후 분양 방식이 사업성에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서울은 청약 열기가 뜨겁고 특히 고급 주택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임대 후 분양은 임대를 통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금융 비용과 사업비를 어느정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인근 시세가 높게 형성될 수 있어 임대료와 분양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정부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만큼 수익성이 높은 지역 위주로 임대 후 분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규제로 국내 주택건설사업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HUG가 분양보증을 까다롭게 하고 있기 때문에 임대 후 분양을 선택하는 건설사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