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요금제에 데이터 사용량 폭증…5G 위한 징검다리

그래픽=셔터스톡

이동통신사들이 사용 패턴에 맞춘 새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하자 이용자들의 요금제 갈아타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통사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무제한 요금제 등으로 고객 편의 봐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속내는 다르다. 멀리 보면 이통사들은 이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야금야금 늘수록 유리하다. 

 

사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향후 출시할 5G 요금제에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높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동통신사들은 과거 3G에서 4G 전환기에 3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해 4G 전환 후 통신료를 올려 받는 효과를 내기도 했다.   


이통사들의 최근 요금제는 가입자 측면에서 성공을 거뒀다. KT는 데이터온 요금제 출시 한 달 만에 50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초반에는 20~30대 고객이 주로 요금제 변경을 했다면 최근에는 단말기를 교체하면서 10명 중에 7명은 데이터온 요금제에 진입한다고 한다.

데이터온 요금제는 데이터를 아무리 써도 추가 요금이 붙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일부 속도제한이 있더라도 데이터 양 만큼은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이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량도 늘었다. 요금제의 본전을 뽑으려는 이용자의 심리와 이통사의 전략이 교묘하게 잘 맞물린 셈이다.

실제로 데이터온 요금제 가입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기존 데이터 선택 요금제의 무제한 요금제 대비 33%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규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월 6만9000원의 ‘데이터온 비디오’를 선택했다. 이들의 데이터 사용량은 기존 데이터 선택 요금제 65.8 대비 81%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먼저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 LG유플러스도 가입자 수나 사용량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가입자 수나 데이터 사용량이 크게 급증했다고 밝혔다. 조만간 SK텔레콤에서도 무제한 요금제가 출시된다. 시간이 지나 새로운 요금제가 더 성숙할 때까지 사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6만원대 사용자들이 평소 쓰던 데이터 사용량의 2배 가까이를 쓰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새로운 무제한 요금제는 데이터 사용량 증가의 촉매 역할을 톡톡히 했다. 5세대(5G)를 향한 준비다. 데이터 사용량을 늘려서 LTE고객을 5G로 끌어오기 위한 전략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통신업계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금제 출시가 불가하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결국 KT의 데이터온 요금제 출시는 사실상 고도의 ARPU 상승 전략이다. 5G를 상용화를 앞두고 망운용 전략상 피처폰 가입자들은 LTE로 옮기고 기존 사용자들은 좀 더 비싼 요금제로 바꾸도록 하는 업셀링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10만원 안팎의 요금제를 사용하던 이들이 저렴한 요금으로 바꿔 통신비가 인하될 것으로 주장하지만 초고가 요금제 가입자들의 비중은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김 연구원은 신규 요금제 출시에 따른 KT 손실 우려에 대해 이통사는 스스로 매출이 하락할 수 있는 요금전략을 펼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과거에도 이통사들은 4세대(LTE) 도입 전 3세대(3G)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해 매출 증대를 꾀했다. 이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들은 이듬해 LTE 서비스가 출시되자 LTE 요금제로 대거 이동한 바 있다. 새로운 통신서비스가 나오기 전에 기존 망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린 뒤 5G로의 이동을 노리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5G 시대 이통사의 주력 요금제는 현재 LTE보다 40% 정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규제 환경 상 요금은 더 떨어지겠지만 데이터 사용량 폭증에 따라 자연스럽게 요금제 업셀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또 플랫폼이 진화하면서 소비자 요구와 별개로 요금제 상향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통사들은 요금제에 무료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고 요금제 간 데이터 제공량에 큰 차이를 둬 전체적인 가입자당평균매출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쓸 것으로 보인다.

5G 주력요금제의 월 무료 데이터 제공량은 20B, 월 요금은 순액 기준 6만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김 연구원은 판단했다. 5G 가입자 보급률 추이가 LTE 당시와 비슷하다면 이통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은 2019년 3%, 2020년 10%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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