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주문할수록 이용자 손해보는 구조…업주들, 배달료를 음식값에 포함시켜

“1인분 시키시려면 우버이츠 이용하고 많이 시키려면 배달의민족 이용하시면 됩니다.”


한 음식점의 오프라인 매장 가격, 배달의민족 가격, 우버이츠 가격이 달라 문의했더니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분명 같은 음식, 같은 양인데 가격이 천차만별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우버이츠는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에 도전장을 내고 지난해 8월 국내에 상륙했다. 우버의 가장 큰 특징은 최소 주문 금액이 없다는 점. 배달앱을 이용해 본 이들이라면 최소 주문 금액을 채우기 위해 실제 먹고 싶은 양보다 더 많이 주문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배달시켜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귀찮음이 판단을 흐리게 해 예상외의 지출을 하곤 한다.

그런 쓸데없는 지출을 막아준다는 점을 우버이츠는 강조하고 싶었을 거다. 국내서 자리를 확고히 잡은 배달의민족과 경쟁하기 위해서 우버이츠가 내세운 가장 큰 차별화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로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2200원짜리 치즈스틱 하나도 안방으로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 게다가 30분 이내의 배달시간을 고집하는 정책 덕에 인내심이 별로 필요 없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러나 우버이츠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1인 가구들이 배달앱을 많이 이용한다는 점을 공략해 최소 주문 금액을 과감하게 없앴지만 이는 곧 음식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현재 우버이츠는 따로 이용자에게서 배달 수수료를 받고 있지 않다. 아직 적용은 되지 않았으나 우버이츠는 다른 배달앱보다 다소 비싼 3500원이라는 배달료를 책정했다. 그러자 업주들은 음식 가격에 배달료 일부를 포함해 버렸다.

업주들은 바보가 아니다. 여러 배달 업체에 등록된 한 업주에게 물었더니 배달앱 마다 가격을 달리 설정해 놓았단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배달료를 따로 고객이 지불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 가격과 같이 설정해 놓았다. 하지만 우버이츠의 경우 업주가 배달료를 따로 뺄 수 없고 우버이츠 측에서 업주에게 부과해 버리기 때문에 음식 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 업주는 “1인분만 시키시려면 우버이츠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고 많이 시키려면 배달의민족 이용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우버이츠를 통해 많은 양을 주문할 경우 음식 값에 포함된 일부 배달료가 누적이 되기 때문이다. 이 매장에서 확인한 결과 오프라인 판매가와 우버이츠 음식 가격은 800원에서 1000원 정도 차이가 났다. 한 번 배달하면 조금 비싸게 먹는 셈이지만 한 번에 많은 양을 주문할 경우 여러 번의 배달료를 내는 셈이 된다.

예컨대 매장에서 4000원하는 음식을 우버이츠에서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하자. A씨는 우버이츠를 통해 이 음식을 5000원에 주문했다. A씨는 배달료 1000원 정도가 포함된 4000원짜리 음식을 원하는 장소에서 편히 먹게 된다. 이 음식이 마음에 들었던 A씨는 가족이나 손님과 함께 먹기 위해 우버이츠에서 다시 주문을 하려고 한다. A씨는 푸짐하게 먹기 위해 5인분을 시켰다. A씨는 총 2만5000원을 지불했다. 만약 이 음식을 매장에서 먹었다면 2만원만 내면 됐다. A씨는 배달료로 5000원을 더 지불한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우버이츠만을 이용한 고객들은 아마 심한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왜 배달은 한 번인데 배달료는 여러 번 내느냐는 불만도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업주들은 우버이츠의 정책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1인 가구에게 우버이츠는 분명 장점이 많은 배달앱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배달료 무료라는 미명에 속아 음식 값이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 우버이츠 측도 이용자 입장에서 대량 주문이 소량 주문보다 더 손해를 보는 기형적인 구조를 손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모바일 쇼핑이 일상이 된 우리 국민에게 배달음식 주문도 어느새 쇼핑이 됐다. 요모조모 따지면서 가격을 비교하는 똑똑한 소비자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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