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이력의 ‘군 리더십’ 전문가…“리더십 효과, 정서 교감으로 극대화”

리더십(Leadership).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리더가 구성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을 뜻한다모든 조직에는 리더가 있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우리 사회는 더 많은 리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리더십의 중요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리더들의 위계로 이뤄진 군대는 특히 그렇다. 리더가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는지 여부가 군 전력을 좌우한다.

이민수(46) 육군사관학교 심리경영학과 교수는 군 리더십 전문가다.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공업고등학교 졸업 후 부사관 임용 대신 육사로 진학했고, 육사에서는 야전지휘관이 아닌 교육자의 길을 택했다. 연세대 석사(경영학), 미국 뉴욕주립대 박사(경영학) 과정을 거쳐 2009년부터 육사에서 미래의 군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이 교수는 그동안 군 리더십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최근엔 지난 5월 발간된 '군 리더십 : 리더가 전하는 승리의 열쇠' 번역자로 참여, 군 리더십 권위자들의 생각과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시사저널e는 지난달 20일 이 교수를 만나 리더와 리더십에 대해 들어봤다.

이민수 육군사관학교 심리경영학과 교수

◇“어려울 때 믿어줬던 단 한 사람, 내 운명을 바꿨다”


미국 심리학자 에미 워너 교수는 ‘안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실패한 인생을 산다’는 전제를 갖고 하와이제도 카우아이 섬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30년 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3분의 2는 예상대로 불행하게 살았지만 3분의 1은 불행한 환경 속에서도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했다. 이들에겐 중요한 특징이 있었다. 아무리 부족하고 큰 잘못을 하더라도 이들을 무조건 지지하고 성원해 주는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은 있었다. 이 교수도 그랬다.

이 교수는 중학생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생활고를 겪었다. 학비를 못 낼 정도였지만 주변에 내색하지 않았다. 어느날 담임 선생님이 이 교수를 부르더니 등록금을 대신 내줄 분이 있다. 넌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했고 이 교수는 이후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나중에 도움을 주신 분이 담임 선생님의 어머님이란 걸 알게 됐다.

이 교수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선생님의 모습이 우리가 말하는 리더십이었다. 선생님을 보면서 나도 저런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선생님을 만나 내 인생이 달라졌다고 회고했다.

‘회복탄력성’. 고난과 역경에 처했을 때 깨지지 않고 다시 튀어올라 원래 상태보다 더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힘을 말한다.

이 교수는 나의 담임 선생님 같은 리더십을 갖춘 리더를 만난 사람은 이 회복탄력성이 강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공적인 삶을 개척해 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군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군에도 꿈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리더가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회복탄력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진=뉴스1

◇ “신뢰의 리더십, 무작정 믿는 건 위험하다”


과거엔 부하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면 좋은 리더로 평가받았다. 지금은 아니다. 통제적 리더십은 부하들로 하여금 피해 보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노력만을 끌어내게 한다. 반면 믿고 맡기는 신뢰의 리더십은 최대의 노력을 끌어내게 한다.

누군가를 믿고 맡기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신뢰를 주는 것은 내가 가진 권력을 떼 주는 것이기에 책임도 내게 돌아온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부하에게 신뢰를 주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시를 받고 자란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리더십이 자라질 못한다. 이런 사람들이 리더가 되면 조직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어렵더라도 믿고 지지하고 성원해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무작정 신뢰를 주는 것은 위험하다. 일련의 과정을 차근차근 거쳐야 한다. 부하의 자존감을 높여주면서 신뢰관계가 형성된 다음 권한을 줘야 부하가 배반하지 않는다. 맡긴 뒤에도 부하를 방치하면 안 된다. 감시라는 건 원래 규정대로 하는지를 보는 것이지만 신뢰를 했다는 것은 발전적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단순히 잘했다 못했다의 피드백이 아니라 잘한 점과 부족한 점을 짚어준 뒤 개선 방향을 조언해 주는 식이라며 그렇게 했을 때 사람들은 이분이 나를 믿고 맡긴다고 느낀다. ‘당신이 알아서 해방식의 책임전가가 아닌 멘토링을 해준다는 것을 느낄 때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 사회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국가 리더에 대한 필요성과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주목받는 리더십이 진성 리더십이다.

진성 리더십을 갖춘 진성 리더는 자신의 사익, 단기적 성과에 흔들리지 않고 조직의 목표, 나의 삶의 가치 등의 진정성 있는 자기 목표를 세우고 구성원들이 공감하게 해 조직을 발전시키는 리더를 의미한다.

이 교수는 진성 리더의 표본으로 서애 류성룡을 주목했다. 그는 류성룡은 임진왜란이라는 국가 존망의 위기에 탐욕과 연기가 아닌 진정성을 생명으로 명과 왜의 조선분할획책을 막아냈다그가 그 오랜 기간을 재상이자 전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나라를 이끌고 당쟁의 시대에도 큰 보복 없이 여생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지지 세력은 물론 많은 이들이 류성룡의 진정성을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성공하고 아름다운 리더십만 주목한다. 류성룡은 어떻게 보면 실패했다. 그리고 최고의 리더가 아닌 2인자의 리더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래서 류성룡의 리더십이 주목받는다. 1인자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고 밑에 있는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되고 이들이 조직을 이끌게 된다.

이 교수는 류성룡은 사리사욕 없이 백성의 삶을 챙겼고 우리 스스로 강해야만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오늘날 류성룡 역할을 해야 하는 군 리더들도 자강이 중요한 키워드이기에 진성 리더십 측면에서 류성룡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리더십 효과, 정서 교감으로 극대화된다”

리더는 태어날 때 정해지지 않는다. 교육으로 길러질 수 있다. 하지만 리더십 교육을 통한 리더십 개발을 불신하는 사람들도 있다. 책상에 앉아 배우는 게 아니라 실제로 부딪혀 보며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 교수는 사관생도는 교육을 받고 전후방 각지로 흩어지게 되는데 각 부대의 상황은 성공한 리더들이 겪었던 상황과 다 다르다”고 설명한 뒤 교육을 통해 리더십과 관련된 다양한 변수들을 이해하면 임관해서 놓이는 그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다. 리더십 행동을 머릿속에 둘 수 있다”며 군 리더십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리더십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이 교수는 부하와의 정서적 교감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서적 교감이 충분히 이뤄진 조직은 리더가 부하를 동기부여 시켜 목표 달성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게끔 한다.

육군은 올바르고 유능하며 헌신하는 리더상을 지향한다. 예전에는 유능과 헌신에 초점을 맞췄지만 지금은 올바름’, 즉 리더의 인격을 강조한다. 이 교수는 예전에는 권한과 직책 권력으로써 부하들을 지휘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인격을 갖고 하는 것이라며 리더 스스로 인격을 갖춰야 한다. ‘저 사람이 하는 말이 배울 점이 있고 사익을 위한 게 아니다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예전의 수직적 리더십이 아니라 수평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수평적 리더십의 핵심은 인격이라고 했다.


/ 사진=뉴스1

◇ “군 리더십, 가장 높은 수준의 리더십”


군대는 사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전투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서의 전쟁은 이윤이 오가는 상황이지만, 군대에서의 전쟁은 목숨이 달린 문제다.

이 교수는 실제 전쟁 상황에서 장교들이 부하들이 쏜 총에 맞아 죽는 경우가 있다. 내가 앞으로 나가면 죽는데 나간다는 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평소 리더와 신뢰 애정관계가 없으면 일단 내 목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생명이 오가는 상황에서 통제를 잘하고 인명피해가 없으려면 무엇보다 역량이 중요하다. 역량이란 내가 이 소대장 말을 따르면 내가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전투상황에선 나를 살려주는 리더가 최고의 리더다.


최근 군 내 여성 리더들이 늘어나면서 일각에서는 여군이 남군에 비해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국내에는 이에 대한 객관적 연구자료가 없고 표본으로 삼을만한 여군 리더의 수도 적다. 다만 미국은 여성 4성장군까지 나왔다여성들이 실제 그 역할을 하면서 리더십 능력이 어느정도 검증이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사견을 전제로 역할에 따라 다른데 아주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고 본다. 물론 육체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그 외에 평상시 업무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있어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남성 위주의 군 분위기 속에서 여군들을 끌어줄 리더가 아직은 부족하다. 여성의 고위직 승진에 있어 유리천장이라는 용어가 있듯이 남성 위주의 군대에서 여군들이 겪을 수 있는 진급의 어려움을 미국에서는 ‘황동천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교수는 미국도 고위급 여성 장교들은 미혼이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미 여군들도 출산과 양육 문제에 있어서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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