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변화 강조, 민선 6기와 차별화…중앙정부, 경제정책 ‘공조’

민선 7기 지방자치단체가 2일 출범하면서 신임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시‧도정의 비전과 목표를 밝혔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공통적으로 ‘혁신’‧‘변화’ 등을 강조하며 민선 6기 지방자치단체와의 차별화에 방점을 뒀다. 

 

이는 새롭게 시작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이는 일반적인 모습이기도 하지만, 특히 지난 지방선거에서 부산‧인천‧울산‧경기‧경남 등 5개 지역 지방자치단체장의 정당이 바뀌면서 더욱 강조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총 17곳의 시도광역단체장 중 14곳을 차지하게 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기조인 ‘소득주도성장’에도 힘을 보태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특히 신임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출범 전부터 인수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한 정책 공약 점검에서 일자리‧복지 등을 우선순위에 올렸으며, 지역 현안과 관련해서는 정부와의 공조를 통한 해결책을 제시해왔다. 이에 새로운 민선 7기의 공약이행과 성공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높아진 기대만큼 이들의 출범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약들은 나쁘지 않지만 일부 공약들의 경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아직 부족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또한 공약 이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인 예산 등 재원 조달이 대부분 중앙 정부에 기대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18년 부산광역권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 위기 속 ‘일자리 정책’ 우선순위

새롭게 출범한 민선 7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대부분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역 일자리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경제 위기 속 이른바 ‘재난 수준의’ 일자리 문제를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함께 동반 상승시키겠다는 약속이다.

이러한 공약들은 신임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취임사 등에서도 재차 강조됐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경제혁신특별회계 1조원 조성’을 추진하고, 추경 편성,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고용기지역 지정 등에 따른 예산 지원 및 집행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또한 경남R&D체계 구축을 통한 ‘제조업 르네상스’를 추진하는 한편, 서부경남 KTX를 정부재정사업으로 조속히 추진해 서부경남 지역의 경제도 활성화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특히 그는 ‘양질의 일자리’에 방점을 찍은 정책들을 우선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동시에 복지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보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 지사의 대표 일자리 정책은 맞춤형 일자리 창출 및 산업단지 리모델링 추진 지원‧지역화폐 유통‧통일경제특구 조성 등이다. 이들 공약에 더해 무상복지‧청년 국민연금 등 복지정책으로 경제 활성화를 시키겠다는 게 이 지사의 구상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일자리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이용섭 광주시장도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이 시장은 광주의 ‘일자리 경제시장’이 되겠다는 포부와 함께 ‘7대 정책’ 중 시민의 삶을 바꾸는 일자리 시장, ‘광주다움’ 회복으로 사람‧돈‧기업이 모이는 광주, 4차 산업혁명 중심도시 등 3개의 일자리 관련 정책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좋은 일자리’ 창출과 함께 일자리 정책 성공모델을 만들어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시장은 지난 선거 ‘5대 공약’에서 경제자유구역 조성, 취약계층 고용 우수 기업 인센티브 강화, 노인 일자리사업 3만개 추진, 여성 일자리 종합지원센터 설립, 구인-구직 지능형 잡매칭 시스템 구축, 시장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 등 일자리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삶의 질’ 복지정책 드라이브

신임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복지정책에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삶의 질’적 측면을 높이겠다고 약속하며,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복지정책은 시민들의 피부에 가장 와 닿는 정책인 만큼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72시간 내 가구를 방문해 돌봄계획 수립 및 서비스제공 기관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돌봄 SOS’,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 50% 달성, 초등 온종일 돌봄서비스 전면 확대, 서울사회서비스공단 설치 등 복지정책을 약속했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인천형 자치복지선 구축,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공동돌봄나눔터 설치, 구직 청년 ‘The Dream 체크카드’ 지급, ‘효드림 통합복지카드’ 도입 등 복지정책 등을 제시했으며, 오거돈 부산시장도 공공난임센터 및 공공산후조리원 2곳 설치,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및 민간 어린이집 차액 보육료 지원, 마을돌봄체계 구축 및 집중시간 돌봄 거점시설 운영 등을 약속했다.

이러한 신임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복지정책들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가 제시했던 청년‧노인‧육아 등에 대한 복지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앞서 문 대통령은 ‘10대 공약’ 중 ‘청년의 꿈을 지켜주는 대한민국’, ‘어르신이 행복한 9988 대한민국’, ‘아이 키우기 좋은 대한민국’ 등 공약에서 해당 복지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20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서 아이 엄마들이 오는 9월부터 아동 1명당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신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조원 이르는 재정, 어떻게 확보하나

신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의욕적으로 제시한 공약 이행을 통해 일자리‧복지 등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루겠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약 이행을 위한 지방자치단체별 예산 규모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의 많은 부분을 중앙정부에 의지하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 중앙정부 지원 이외의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때문에 자칫 ‘예산 따먹기’ 경쟁만 치열하게 진행되고, 대부분의 공약들이 현실화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의 경우 공약 이행에 따른 4년 간 필요 재원은 4조300억원(국비, 시‧군비 포함), 충남도의 경우에도 약 11조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충북도의 100개 공약에 필요한 예산은 약 20조원, 광주시도 경제자유구역 조성을 위한 예산만 약 12조원이 예상되고 있다.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이들 예산들은 자체 재원과 민간 자본, 기금 조성 등으로 충당할 수 있으며,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등 사업들에 국비가 지원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중앙정부가 해당 지역 공약 이행에 필요한 국비 예산을 모두 수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한 공약에서 제시한 사업의 대부분이 적절한 타당성 조사를 거쳤는지 알 수 없고, 예산과 관련해서도 국비, 민간 자본, 지방자치단체 예산 등 확보 비율 자체도 임의로 배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무차별적 예산이 지원될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 있고, 이에 공약이 현실화되는 부분은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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