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적 시장환경에도 기대치 미달…조달 비용 부담 고착화 우려

증권 업계가 상반기 주식거래량 호조 속에 호실적을 거두는 가운데 DB금융투자의 소외가 부각되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 사진=뉴스1

증권 업계가 상반기 주식거래량 증가로 호실적을 거두는 가운데 DB금융투자의 소외가 부각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이익창출능력이 저하되면서 증권업계 내에서 지위가 떨어졌다는 평가다.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높은 자본조달 비용으로 다른 증권사와 경쟁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DB금융투자의 후순위채의 신용등급을 A 등급에서 A- 등급으로 한단계 하향 조정했다. 후순위채 신용등급의 조정이지만 DB금융투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만기 5년 이상의 후순위채는 일정 부분 자본으로 인정된다는 점 때문에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이 순자본비율 개선에 활용하던 수단이다. 

 

금융사의 자본적정성은 다양한 지표로 평가받고 있지만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으로 간단하게 평가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순자본비율(NCR)을 산정할 때는 자기자본에서 유동성이 없는 자산을 차감한 뒤 후순위차입금은 가산하는 방식으로 계산된다.

 

DB금융투자의 2017년 9월말 순자본비율(NCR)은 293.3%으로 업계 평균인 604.7%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절대적인 수준은 낮다고 하기 어렵지만 경쟁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안정성과 비교하면 떨어지는 수준이다. 더구나 DB금융투자의 기업신용등급은 올해 들어 하단계 하향 조정된 터라 향후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하면 등급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익성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는 일회성 손실이 꼽히고 있다. DB금융투자는 지난해 4분기 종속회사인 유진DEC사모투자신탁에서 249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고 지난해 1분기에는 대우조선해양 기업어음으로부터 손실을 인식했다. 

 

권대정 한신평 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DB금융투자의 수수료와 이자 등 기본 이익이 자산운용부문 실적 변동을 흡수하지 못하면서 최근 8개 분기 중 3개 분기에서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이익창출 능력이 저하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평가했다. 

 

DB금융투자는 국내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리서치와 메자닌, 회사채, 부동산 등에서 명성을 갖춘 증권사로 꼽힌다. 언제든 수익성을 회복할 역량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최근 수년간 국내 금융 시장의 우호적 환경 속에서도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는 점은 계속해서 부담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국내 신평사들은 DB금융투자의 기업신용등급을 잇따라 낮추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A+ 등급에서 A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고 한기평도 A등급으로 낮췄다. 한차례 하향 조정일 뿐이지만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는 평가다. 

 

국내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DB금융투자와 같은 등급에 위치한 중소형 증권사는 여러차례 매각이 거론되고 있는 이베스트투자증권과 지난 2016년 유상증자를 진행했던 한화투자증권 등이 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라 해도 수익성과 시장지위를 인정받고 있는 신영증권과 교보증권 등은 A+등급 이상에 위치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선두권 증권사는 모두 AA등급 이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 사이에서도 A+등급과 A등급 사이에는 차이가 크다"며 "시장 지위가 떨어진 가운데 조달비용도 더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 지위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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