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반시설은 공공기관 몫”…‘분양취소·손해배상’ 문턱 높아

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신도시·택지지구 등지 수분양자들이 건설사들을 상대로 한 허위과장 소송 사례가 늘고 있다. 분양광고를 보고 들어온다고 믿었던 기반시설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 사진=뉴스1

 

최근 신도시·택지지구 등지에서 건설사들을 상대로 한 입주예정자들의 허위과장 광고 소송사례가 늘고 있다. 분양광고 당시 명시됐던 학교·도로 등의 기반시설이 입주 후에도 들어서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허위광고에 대한 기준이 애매해 분양 후 계약을 취소하거나 손해배상을 받기도 어려워 계약체결 전 예비청약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학교 들어오지 않아도 건설사 책임 없어

 

1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신도시·택지지구 등 택지개발계획 지역에서는 조성 초기 아파트가 지어질 때 기반시설이 함께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택지개발계획 실행이 미뤄지면서 계획됐던 학교·도로 등이 들어서지 않아 피해를 입는 입주민들이 늘고 있다.

 

실제 지난 2008년 분양한 경기 양주시의 H아파트는 바로 옆에 초중고교가 신설되는 학세권단지로 학부모들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입주 때까지 학교 설립이 지연되면서 해당 부지는 나대지 상태로 남게 됐다. 이에 입주민들은 건설사가 학교 신설과 관련해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며 소송까지 냈다.

 

해당 건설사는 학교·도로 등 기반시설 건립은 직접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 달리 손쓸 방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택지개발계획에 따라 학교 용지가 지정돼 학교가 신설될 것이라 광고했는데 관할 교육청이 허가를 내주지 않아 설립이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건설사의 손을 들어줬다. 분양광고에서 초·중학교의 설립 시기가 특정되지 않았고 H아파트 옆 학교 신설이 계획돼 있다는 정도의 인상을 줄 뿐 허위과장 광고로 보기 어렵다는 게 판결 이유다. 다시 말해 학교 설립이 무산되더라도 건설사의 책임이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신도시 기반시설인 학교의 경우 교육청이 학생수와 아파트 입주율 등을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입주와 동시에 개교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조언한다. 분양광고에 나온 학교(예정)’이라는 문구도 소비자가 곱씹어봐야 한다는 의미다.

 

기반시설은 공공기관 몫분양계약 전 사전조사 소비자가 챙겨야

 

법원은 분양 당시 기반시설에 대한 광고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더라도 건설사들이 소비자를 일부러 속였다고 보기 힘들다는 견해다. 이는 국가·지자체가 조성하는 택지개발계획에 따라 기반시설도 불가피하게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지난 2013년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입주예정자 2000여명은 시공사 등을 상대로 분양계약 해제·손해배상 등에 관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2009년 분양당시 건설사가 제3연륙교, 2공항철도 등이 개통되고 대규모 문화레저시설이 들어설 것이라 광고했지만 대부분 사업이 무산·연기됐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허위 광고 사실을 일부 인정해 건설사에게 분양대금의 5%를 보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분양계약 해제는 기각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국가·지자체의 도시계획에 의해 조성될 교통·교육·행정·문화·편의시설 등에 대한 분양광고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현가능성을 과장해 광고했다고 해서 계약자를 속인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 한다분양계약 체결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입지계획이 변경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을 일부러 고지하지 않았음이 증명돼야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계약은 소비자의 판단이며 해당 입지에 대한 사전 조사 필수라고 조언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판례는 분양 광고에 어느 정도의 과장이나 허위가 수반될 수 있다고 인정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건설사의 책임을 덜어주고 있다실제로 광고를 신뢰한 수분양자가 허위분양 광고로 피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건설사와의 소송은 패소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아파트를 분양 받기 전 현장의 중개업소를 방문해 분위기를 파악하고 기반시설 설립에 관련된 내용에 의문이 든다면 해당 기관에 직접 문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하는 만큼 철저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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