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말고 비행기 운송 택하기도…맞춤형 전략 펼듯

사진=화웨이 로고
LG유플러스가 5G(5세대) 이동통신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뜻을 내비친 상황에서 SK텔레콤과 KT를 향한 화웨이의 구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화웨이는 고객사가 원하는 요구를 분석해 철저하게 맞춤형 마케팅을 펼쳐온 만큼 이번에도 파격적인 전략을 내걸 것으로 예상된다.

5G 주파수 경매가 끝나고 이동통신 3사는 5G 장비업체 선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이 가장 염두에 두는 업체는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그리고 화웨이다. LG유플러스는 LTE때부터 화웨이를 사용했지만 SK텔레콤과 KT는 아직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적이 없다. 하지만 화웨이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게 된 현 시점에서 SK텔레콤과 KT도 화웨이 장비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

LG유플러스는 장비업체 선정에 대한 고민을 마무리한 모습이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27일 ‘MWC 상하이 2018’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화웨이 5G 장비 도입을 암시했다. 권 부회장은 “화웨이는 성능, 품질 등이 스스로 제시한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어 5G 투자는 예정대로 될 것 같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를 비롯해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장비를 사용해 4밴더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화웨이의 남은 목표는 SK텔레콤과 KT다. 양사에게 화웨이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화웨이는 고객 요구에 민감하게 잘 반응하는 기업이다. 이미 기술력은 인정이 됐으므로 ‘장비 제작 속도’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업계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세계 최초 5G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해진 기한 내에 물량을 품질 이상 없이 제때 맞춰줄 수 있는 사업자가 많지 않다”며 “국내 5G 시장이 치열한 시장임을 감안할 때 화웨이는 기민하게 움직여줄 수 있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화웨이는 고객사를 만족시키기 위해 무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화웨이가 LG유플러스에 LTE 통신장비를 공급할 때 화웨이는 과감하게 비행기를 택했다. 보통 통신 장비는 무겁고 양이 많아 배를 통해서 운송한다. 하지만 당시 LTE 전국망 우선 구축에 혈안이 돼있는 국내 이통시장을 고려해 화웨이는 비행기로 장비를 보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배를 이용하는 것보다 비행기를 통한 운송비가 훨씬 컸지만 화웨이는 개의치 않았다.

화웨이는 또 지난 2016년 LG유플러스와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 협력을 맺으면서 LG유플러스에 10만여개 NB-IoT 모듈과 칩셋을 무료로 제공했다. Io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당시 IoT 시장은 초기 형성단계였기 때문에 수익보다는 누가 먼저 시장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시기였다. 이때 화웨이는 매출보다는 화웨이 칩셋이 탑재된 IoT 기기를 늘리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그동안 화웨이는 철저하게 현지화 전략으로 세계에 진출했다. 중국산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현지에서 유행하거나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충분히, 그리고 빠르게 제공했다. 현지 상황에 맞는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했다. 또 꾸준한 연구‧개발(R&D)과 과감한 투자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왔다.

국내에서 화웨이가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도 한국의 트렌드를 분석해 모델을 발탁하고 타깃층을 고려해 홍익대 부근에 화웨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또 서비스를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의 특성에 맞게 국내에 직영 서비스센터를 오픈하기도 했다. 애플이 국내에 제품을 출시한 지 10년 만에 직영 서비스센터를 만든 것과 대비된다. 영국에서는 올 초 화웨이 메이트10프로나 P10을 구매하면 100유로를 캐시백하는 형태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화웨이 판매를 금지하자 유럽 시장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시장을 공략했다.

특허 수 만건을 보유하고 있는 화웨이는 중국 본사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 독일,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등 전 세계에 걸쳐 14개의 대규모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18만여명의 직원 가운데 44%에 달하는 8만여명이 R&D 사업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화웨이가 R&D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약 15조원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누적 R&D 투자 비용은 우리 돈으로 약 66조원에 달한다. 과감한 마케팅과 투자가 화웨이의 강점인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화웨이에게 한국은 작은 시장이기도하다. 하지만 한국은 통신에 있어서 프리미엄 시장이다. 이곳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고 인정을 받으면 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때문에 화웨이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과감한 전술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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