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지속된 논란, 가덕도신공항 건설 요구로 재점화…부‧울‧경 TF 구성 ‘온도차’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영남권 지역과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재차 부상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오거돈 부산시장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오 시장은 현재의 ‘김해공항 확장안’은 소음‧안전 등에 문제로 ‘허브공항’의 역할을 할 수 없는 만큼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선거 당시부터 공약으로 강조해왔다.

이후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철호 울산시장과 지난 26일 ‘부산‧울산‧경남 상생 협약문’을 채택하며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신공항 건설 관련 논의에 한층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다만 김 지사와 송 시장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당장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손을 들어주지는 않고 있는 등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정부는 원래 계획대로 신공항 건설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5일 취임 1주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김해신공항과 관련해서 오 시장 당선인이 후보시절부터 공약으로 말씀하셔서 내부적으로 점검했다”며 “현재로는 공항 위치를 변경하는 일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지난 타당성 조사와 전문가 정밀조사 등에 따르면 오 시장이 제기하고 있는 안전‧소음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들은 벌써부터 갈등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대구지역에서는 대구통합공항 건설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가덕도신공항 건설 주장에 강력 비판하는 분위기다.

 

김해공항 전경. /사진=뉴스1

◇‘논란 10여년’ 동남권 신공항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때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부산‧울산‧경남 지역 상공인들로부터 건의 받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국책사업으로 공식 검토할 것을 지시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2009년 12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신공항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후 두 지역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이뤄졌지만, 평가 점수가 낮아 결국 신공항 건설은 취소됐다.

백지화됐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다시 후보자들의 공약으로 등장한다. 이 선거에서 승리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타당성 조사를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맡겼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둔 대구‧경북 지역과 부산‧경남 등 해당 지역들의 갈등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도 두 지역 모두 낮은 평가 점수를 받았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김해공항에 1개의 활주로를 추가 건설하고, 대구공항과 K2공군기지를 합쳐 이전하는 대구통합공항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이렇게 매듭지어지는 듯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으며, 여기에 오 시장이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공약 이행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거돈 ‘가덕도신공항’ vs 김경수‧송철호 ‘김해공항 재검토’

오 시장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주장하며 지난 타당성 조사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2016년 6월 발표된 김해신공항안에서 김해공항 건설시 실제 소음 피해지역은 김해시내의 3만 가구이며, 확장 건설 시 인근 산 3곳을 깎아야 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빠져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당시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결정’이라는 게 오 시장의 입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동남권 신공항이 가덕도에 건설돼야 인천공항처럼 관문공항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국가발전적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오 시장은 김해공항의 경우 관문공항의 핵심인 24시간 운영에 어려움이 있고, 확장성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최근 신공항 TF를 구성하기로 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송철호 울산시장도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번의 타당성 조사에서 평가 점수가 낮아 진행되지 않은 만큼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TF에서는 김해공항의 타당성 조사에서 소음‧안전 등 제대로 검토되지 못한 문제들에 대한 재검토를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송철호 울산시장측은 TF에 대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염두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역 갈등 심화…野 지역구 정치권 강력 비판 


 대구‧경북 지역은 크게 우려하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만약 재검토 결과 백지화될 경우 대구통합공항 건설도 함께 무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들의 주장은 ‘편협한 지역이기주의’에 불과하다며 강력 비판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논의에 더욱 속도가 붙게 되면 또다시 대구‧경북 지역과 부산‧경남 지역의 갈등 상황이 심각한 수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해당 지역구 야당 소속 국회의원‧광역단체장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오 시장의 가덕도신공항 건설 주장에 대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하며, “가덕도에는 신공항을 짓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정부가 다시 추진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달서구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효상 의원(자유한국당)도 “지역 갈등에 불을 붙여 정치적 이권을 챙기려는 터무니 없는 선동이 또 다시 시작됐다”며 “느닷없이 민주당의 당선자들이 기존 영남권의 합의 사항을 무시하고 갈등을 다시금 조장하고 있는 꼴이니 심히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위원장도 부산‧울산‧경남 지역 광역단체장을 향해 “오만과 독선의 추태”라며 “김해공항 확장 백지화 및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 기본계획수립등을 토대로 진행되어온 국가프로젝트를 일거에 뒤엎는 초법적 발상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이자 지역이기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해 공항 주변 주택, 상가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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