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제한에서 자유로워져…위성방송은 스카이라이프 뿐

/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지난 28일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가 3년 만에 일몰됐습니다. 증권가에서는 KT와 KT의 자회사인 스카이라이프에 큰 호재가 찾아왔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통 합산규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쉬운 말로 풀어서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 이 규제가 사라지면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Q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왜 있었나요?
A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특정 기업이 유료방송 시장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안입니다. 그 방법의 하나로 특정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전체의 1/3이 넘지 않도록 제한한 법안입니다. KT가 스카이라이프를 인수하면서 시장지배 우려가 커졌기 때문에 사실상 이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죠. 다른 유료방송들을 잠식할 우려가 있으니까요.

 

합산규제를 좀 더 살펴보면 방송법 제8조 등에 따라 IPTV와 케이블TV, 위성방송 등을 합한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가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3.3%을 넘길 수 없도록 한 규정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합한’ 가입자 수입니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를 하나로 묶어서 시장점유율 계산에 포함시켰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Q 이번에 일몰됐다고 하는데 일몰이 뭐예요?
A 일몰은 자동으로 폐지되는 법안을 말해요.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애초에 3년으로 기간이 정해진 한시적인 법안이었답니다. 이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국회가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법안이 폐지되는 것이죠. 해가 지듯 법안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Q 합산규제법안이 사라지면 무엇이 바뀌나요?
A 방송 전송 방식에 따라 점유율을 별도로 계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점유율을 따로 계산하게 됩니다. 그동안은 같이 묶어서 했지만 이제는 따로 계산하기 때문에 자유로워졌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KT그룹의 합산 점유율은 30.6%였다. KT 20.1%와 스카이라이프 10.5%를 합한 수치입니다. 합산규제가 적용되는 동안은 이 둘의 점유율을 합해서 33.3%의 한도를 넘지 않아야 했죠. 하지만 합산규제 일몰로 KT만의 점유율이 33.3%까지 가능해졌습니다. IPTV법을 따랐기 때문입니다.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는 따로 시장점유율 제한이 없습니다.

Q KT와 KT스카이라이프에게 호재라던데.
A 그동안 합산된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소극적인 마케팅을 했다면 이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습니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입자 수를 대폭 늘릴 수 있게 된 거죠.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입자가 5만명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Q 구조조정 움직임도 있다던데.
A 물론입니다. 케이블TV SO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이죠. 인수‧합병 움직임이 반드시 일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동통신사의 경우 가입자 수를 확보하는 것이 곧 경쟁력입니다. 지금 이통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케이블TV와의 인수‧합병을 통해 가입자 확보 전쟁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매각을 기대하고 있는 케이블TV도 있구요. 이통사가 운영하는 IPTV의 경우 이런 인수가 이뤄지면 콘텐츠 구매비용도 절감돼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Q 언제쯤 인수‧합병 소식이 들릴까요?
A 아마 올해 하반기쯤 소식이 들릴 것 같습니다. 아직은 이렇다 할 만한 소문도 돌지 않고 있습니다만 딜라이브, CJ헬로에 대한 인수 이야기가 올해 하반기에는 나올 것 같습니다. 합산규제 일몰을 기다린 기업이 있기 때문이죠. 이통사 중 한 군데가 먼저 인수‧합병을 시작한다면 나머지 기업들도 재빠르게 인수‧합병을 시작할 겁니다. 그때부터는 속도전입니다.

Q 케이블업계도 다 같은 생각인가요?
A 업체마다 생각이 극명히 달라요. 이미 매각을 계획하고 있는 업체로서는 합산규제 일몰이 오히려 반가운 소식입니다. 더 많은 구매 업체가 나오면 서로 경쟁이 붙어서 자사의 몸값이 뛸 수 있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수요가 많아지니까요. 

 

케이블TV의 수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거대한 구매자가 참여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유리합니다. 반면 인수‧합병 가능성이 낮은 케이블TV 업체에서는 우려가 큽니다. 이통사에 대적할 만한 자생력이 없기 때문이에요.

Q 국회 움직임은 어떤가요?
A 같은 정당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의견이 일치를 보기까지에도 꽤 시간이 걸려보입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 28일 합산규제를 2년 더 연장하는 법안인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추 의원은 유일하게 KT만 IPTV와 위성방송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산규제 일몰에 따라 KT가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시장 독점을 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합산규제는 플랫폼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시장의 공정경쟁을 통한 시청자의 선택권과 편익을 지키기 위해 아직은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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