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회적 편견 여전히 남아있어…투자금‧육성책으로 바로잡아야

한참 전의 일이다. 스타트업 대표들과 기자들끼리 소통하는 미디어 데이가 열렸다. 어디선가 까까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서너살쯤 된 아주 작은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는 엄마인 동시에, 한 스타트업의 대표였다. 행사는 오후 7시에 시작됐으니 아이를 돌봐주는 시설이 마땅치 않았을테다. 워킹맘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세상은 변했다. 여자가 회사를 차리는 일이 희귀하게 여겨지지 않는 시대가 왔다. 스타트업 생태계 또한 여성 창업가 육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여성 창업가들도 남성 창업가와 눈에 띄는 차별을 받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편견은 아직도 존재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창업 법인기업은 전체 기업 중 17.4%. 올해 1분기 여성법인은 6815개로 25.5%를 달성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 기업에 비해 한없이 모자른 수치다. 더 큰 문제는 투자금 비중이다. 지난해 여성기업 투자금은 전체 투자금 중 4.1%뿐이었다. 여성기업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겨우 투자금 4%만이 이들에게 흘러간 것이다.

 

기자가 지난 22일 제주도 스타트업 생태계컨퍼런스에서 만난 에스오오피앤지 한상엽 대표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출발한 여성 창업가에 대한 인지적 편견이 우리 창업 생태계에도 적용된 것 같다“(투자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여성창업자들에게 불리환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고 설명했다.

 

사회적 편견은 별다른 것이 아니다. 여성 창업자에 대한 모든 편견이 이에 속한다. ‘여자는 임신하면 일을 그만두겠지’, ‘여성 창업가들은 IT기술이 아닌 다른 분야에 강하다’, ‘여자는 일보다 가정을 우선시한다등이다. 투자금 약세와 여성 창업가의 업무배제 등도 이런 편견에서 출발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IT스타트업 공동창업가 김아무개씨(36)“1년전 회사 IPO(기업공개) 준비 당시 참여할 수 없었다. 임신한 대표가 자주 회사에 나오자 팀원들도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자연스레 업무에서 물러났다여성 대표들, 특히 워킹맘은 당연하게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놓고 일보다 가족을 위한 삶을 강요하는 듯 하다고 토로했다.

 

여성창업가에 대한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 여성창업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육성책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편견이 사라져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스타트업 투자자나 육성기관, 무엇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달라져야 할 때다. 여성창업가에 대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걷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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