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 1년 넘게 중국 시장 진출 못하고 있어…반대로 국내 시장은 중국 게임이 점령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다.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기자가 최근 만난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중국 판호 발급과 관련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사실상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중국산 게임의 한국 시장 침투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반면 국산 게임들은 중국 정부의 판호 발급 지연으로, 중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비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앱 분석 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최근 발표한 ‘2017년 국내 중국 모바일게임 성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출시된 중국산 모바일 게임은 136개로, 전년의 114개보다 22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지난해 한국 구글플레이 매출랭킹 TOP 20에 단 한번이라도 진입한 중국산 게임 수는 2016년 11개에서 지난해에는 16개로 대폭 늘었고, 이들 게임의 연간 총매출액 역시 전년대비 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중국산 게임들이 국내 시장에 속속 들어오는 가운데, 국산 게임들의 중국 시장 진출은 여전히 막혀 있다는 점이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이후 현재까지 한국 게임에 단 한 건의 판호도 발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호란 중국이 자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이다. 게임 내 재화를 팔기 위해서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현재 일부 게임의 경우 판호 발급 신청 후 1년 이상 중국 정부의 허가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한중간 사드배치가 문제가 불거진 이후 중국 정부가 비공식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각 게임사들이 대관 부서를 통해 해당 문제를 정부측에 전달하고 있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중국 시장은 오래전부터 국내 게임사들이 활발히 진출하던 곳이다. 특히 PC 온라인게임의 경우 한 때 중국 시장을 장악하기도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히 강하다. 당시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해 굉장히 자존심 상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사들은 중국 판호 문제가 장기화 되자, 이제는 아예 탈(脫)중국에 나서는 모양새다. 현재 일본, 동남아, 북미 등 다른 해외 시장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 진출에 어려움이 없지만, 한국은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 판호 획득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중국 정부가 이런식으로 판호를 거부하면, 국내 게임사 입장에선 사실상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정부 역시도 게임산업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 세계 최대 게임시장이다.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게임산업에 대해 진흥보다는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펴 왔다. 문제는 게임산업 자체가 글로벌 경쟁 산업이라는 점이다. 국내 게임사들이 규제에 막혀 주줌한 사이, 과거 한국 게임을 카피하던 중국은 이제 무서운 경쟁자로 성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중국 판호 문제마저 해결해주지 않는다면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뒷걸음 치게 될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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