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들 “고소고발 시 기소 유예는 검사 고유 권한”…고용부도 처벌 가능성 ‘인정’

지난 2월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6회 국회 제9차 본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194인에 찬성 151인, 반대 11인, 기권 32인으로 가결되는 모습. / 사진=뉴스1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시간제에 최대 6개월의 처벌 유예기간을 부여하기로 했지만, 이 기간에도 처벌이 가능. 근로기준법을 어긴 사용자의 기소 유예 여부는 행정부가 아닌 검찰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사업장들은 처벌 유예기간 처벌을 받지 않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어 혼란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월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주 52시간 근로제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직원 300명 이상 사업장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2021년 7월 모든 사업장에 적용한다.

법 시행 열흘 전인 지난 21일 청와대,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해 최장 6개월의 계도·처벌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기업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 18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계도기간 설정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주 52시간 근로제의 처벌 유예기간이더라도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52시간을 지키지 않은 사용자가 처벌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소 유예는 정부가 아닌 검사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했다.

25일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는 “처벌 유예기간이라고 해도 노동자가 주 52시간제를 어긴 사용자를 고소, 고발하면 입건된다”며 “이 경우 수사기관은 수사에 착수한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자주 주 52시간제를 어기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소 유예 권한은 검사만이 가지고 있다. 국무총리라고 해도 검찰 수사를 어떻게 하라고 지시할 수 없다”며 “노동자들이 주 52시간제를 어긴 사용자를 엄벌해달라고 요구하면 검사가 계속 기소 유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도 “당정청이 모여 주 52시간제 처벌 유예기간을 둔다고 발표했지만 사법기관이 주 52시간제를 어긴 사용자를 처벌할 수 있다”며 “검찰은 준 사법기관이기에 독립성이 있다. 정부나 대통령이 주 52시간제를 어긴 사용자 처벌을 유예하라고 관여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신 원장은 “주 52시간제 시행은 국회가 결정한 사안이다. 당정청이 주 52시간제 처벌 유예기간을 둔 것은 월권이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법부의 판단을 정부가 어떻게 할 수 는 없다”며 “주 52시간제 위반에 대한 고소, 고발 사건은 사법부가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사법처리 과정에서 법 위반 사실과 함께 그간 노동시간 준수를 위한 사업주의 조치 내용을 함께 수사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현장의 일부 사업장들은 주 52시간 근로제 처벌 유예 기간 동안 처벌을 받지 않는 것으로 인지해 혼란 가능성이 있다.

직원 300명 이상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나 6개월 처벌 유예기간에는 처벌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처벌이 가능하다면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덕 변호사는 “당정청의 주 52시간 처벌 유예기간 발표는 노동 현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사용자가 이를 어기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된다”며 “처벌 유계기간이 정말 필요하다면 정부는 편법이 아닌 관련법을 개정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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