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등 외항사, 북미‧유럽 동일 노선 가격 경쟁력 높여… “대한‧아시아나항공중장거리 수익성 높아 공급 늘리고 경쟁력 강화해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하며 휴가철 수요 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유럽, 북미 등 동일 노선을 둔 외항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격 경쟁에 밀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장거리 노선 운항은 단거리 노선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까닭에 향후 국적 대형사들의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올초부터 대항항공‧아시아나항공은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하며 나섰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9월 1일부터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 신규 취항한다. 이 노선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크로아티아로 가는 최초의 직항 정기 노선이다.

대한항공의 하계 운항 스케줄은 유럽, 북미 노선 확대가 중심이 됐다. 지난 3월부터 인천-댈러스, 인천-토론토 노선을 운항을 확대하고, 지난달부터는 인천-시애틀 노선을 주5회에서 주7회로 늘렸다. 인천-로마 노선도 주 2회 늘어나 주7회 운항하며 인천에서 프라하, 마드리드, 이스탄불로 향하는 노선도 주 1회씩 늘렸다.

아시아나 항공은 지난달부터 인천-베네치아 노선을 주3회 운항해왔고, 올 8월부터는 인천-바르셀로나 노선을 주 4회로 확대 운항할 예정이다. 휴가철을 앞두고는 내달 10일부터 8월 28일까지 노르웨이 오슬로, 일본 아사히카와·하코다테 등에 전세 여객편을 띄우며 고객 몰이에 나섰다.

이들 대형사들은 중장거리 노선을 공략해 급성장하는 저비용항공사(LCC)와 차별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중장거리 노선에선 외항사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이번 휴가철을 앞두고 캐세이패시픽항공, 에미레이트항공 등 외항사도 특가 정책으로 맞불을 놨다.

캐세이패시픽항공은 오는 25일까지 호주·유럽·텔아비브·홍콩·타이베이 등 24개 노선의 항공권을 특가에 제공한다.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좌석 등급에 따라 최대 15%에 달하는 판촉 행사를 진행한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오는 24일까지 남미 지역을 포함한 전 노선을 대상으로 특가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운임은 좌석별로 107만1200원~255만3100원까지 제공한다. 

외항사의 가격 경쟁력은 수년전부터 국적 대형사의 자리를 위협해왔다. 22일 스카이스캐너로 8월 1일부터 12일 인천-로마 항공권을 검색한 결과 중동항공사 에티하드의 경유 운항편 항공권은 130만원대, 국적 대형사들의 직항 운항편은 150만원대로 확인됐다. 경유 운항편이지만 소비자가 부담할 유류할증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더 저렴한 항공권을 제공하는 외항사에 수요가 쏠릴 수 있는 이유다. 

 

이 같은 경쟁력으로 외항사는 국내서 운항 공급량을 늘려 시장 점유율을 키워왔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 연구실 자료에 따르면 외항사의 중장거리 노선 점유율은 지난 2011년 31.0%에서 2016년 38.8%로 증가했다. 


이에 국적 대형사는 조인트벤처, 공동운항 협약을 맺어 중장거리 노선을 확보하기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지난달부터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JV)를 시행하며 북미 태평양 노선을 대폭 확보했다. JV는 공동운항(코드쉐어)보다 한층 더 강화된 협력단계로 노선 공유뿐만 아니라, 업체 간 운영 수익도 공유하는 제휴다. 과거 양사는 미주 내 164개 노선에 대해 공동운항을 운영했지만, 지난달 JV를 통해 미주 내 192개 도시, 370여개 노선을 공동운항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한진그룹에서 불거진 오너 리스크를 여전히 안고 있는 까닭에 업계선 추후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지 주목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한항공의 오너리스크로 인해 다른 항공사들이 반사이익을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진 탓에 추세를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2위인 아시아나항공은 태국 국영항공사 타이항공과 크라비‧양곤‧발리 노선 공동운항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달 취항한 베네치아 노선도 탑승률 8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외 항공사들이 조인트벤처 등 강화된 제휴 관계를 이어가는 흐름엔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단거리 노선은 LCC 점유율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국적 대형사들은 중장거리 노선으로 차별화를 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단거리 노선 운항에 비해 수익성이 높고, 노선 경쟁이 비교적 덜 치열한 까닭에 중장거리 노선 확보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사실상 국적사 중 중장거리 노선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만이 공급하고 있는데 UAE 등 중동 3사를 비롯한 외항사들이 중장거리 노선 운항편 공급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유럽노선의 경우 국내 시장이 점유 비중이 상당한 상황"이라며 "대형사 입장에선 중장거리 노선 선점 경쟁이 단거리 노선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고 수익성이 높다. 급성장하는 국내외 항공사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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