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유 통해 권리 찾아…비리의 장으로 변질되기도

아파트 입주 전 입주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입주자카페'가 공사 진척 상황이나 공동구매, 입주청소 등 정보 교류의 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자칫 특정인들의 이권집단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사진=뉴스1

아파트 입주 전 예비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커뮤니티 입주자카페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단순한 정보공유의 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입주예정자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커진 영향력만큼 자칫 특정인들의 이권집단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적지 않다. 급증하고 있는 입주물량과 맞물려 늘고 있는 입주자카페의 명과 암을 살펴봤다.

 

◇공사감시자 역할 톡톡집단지성 통해 입주자권리 찾아
  

22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입주자카페는 공사 진척 상황이나 공동구매, 입주청소 등 정보 교류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입주자카페는 분양 당시 홍보 내용과 동일하게 공사가 진행되는지 감시자 역할을 한다. 견본주택만 보고 분양을 결정하는 선분양제 하에서는 시공사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입주자들은 사전점검 후 입주자카페에서 의견을 나누며 미처 몰랐던 하자를 발견하거나 심각한 하자인 경우 단합해 건설사에 보완·개선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래도 진전이 없으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하거나 언론사에 제보 하는 등 집단행동도 불사한다.

 

일례로 서울 은평구 응암동 H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활발한 입주자카페 활동으로 하자관련 문제를 해소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사전점검 기간에 1만건이 넘는 하자가 발견됐다. 입주자카페에서는 활발한 논의와 증거수집이 이뤄졌고 언론사에 제보하면서 건설사를 움직였다. 부실시공으로 논란이 일었던 부영사건이 알려진 것도 입주자카페의 힘이었다.

 

때로는 학교 신설을 위한 서명운동, 토론회 등으로 실력행사에 나서기도 한다. 이러한 아파트 품질향상을 위한 노력은 입주 후 아파트의 가치 상승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을 가져오게 된다. 이외에도 입주자카페와 제휴한 업체들이 늘면 입주청소, 인테리어 등 견적을 쉽게 받아볼 수 있고 입주자들 간 공동구매로 인한 가격 혜택의 장점도 있다.

 

◇운영자 비리에 집값 담합 행위까지

 

일부 입주자카페는 운영자가 사리사욕을 채우는 장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초심을 잃은 운영자가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등 이권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비리는 아파트 공동구매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종종 발생한다. 운영자에게 뒷돈을 제공한 업체들만 카페에 홍보할 수 있거나 운영자의 집을 무료 시공해 주는 조건으로 공동구매 사업자로 선정되는 경우가 바로 그 예다. 이렇게 사용된 비용은 고스란히 일반 입주자들에게 전가돼 공동구매임에도 가격 혜택을 입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각종 이권에 개입했던 카페 운영자들이 입주 후 동 대표 자리를 맡으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실제로 입주자 대표회의의 운영 비리는 종종 문제시되고 있다. 인천에서는 한 입주자 대표가 지하주차장 조명을 교체하며 공사 업체로부터 8000만원의 뒷돈을 챙겼고, 경기 오산의 입주자 대표는 업체로부터 15000만원을 받고 맹물 페인트 사용을 눈감아줬다.

 

관리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 입주자 대표들도 있다. 화성시의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은 관리비를 회식과 명절 떡값으로 사용하는 등 수년간 사적으로 사용해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2017년 아파트 감사보고서에서도 입주자 대표회의가 회의 참석여부와 무관하게 회의비를 일률적으로 지급하거나 관리규약 상 인정되지 않는 비용을 부당하게 지출한 사례를 지적하고 있다.

 

이외에도 입주자 카페는 지나치게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되는 경우도 있다. 경기 하남의 한 입주자카페 회원들은 아파트를 팔 때 일정 가격 아래로 내놓지 못하도록 공지를 하고, 낮은 가격에 거래하는 중개업소는 나쁜 중개업소로 내몰아 절대 매물을 주지 말자며 담합하는 일도 있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관계자는 일정 가격 이하의 매물이 등록되면 해당 매물을 허위매물로 신고해 없애버리는 일이 발생했다라고 말해 조직적인 집값 담합 사실을 뒷받침 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종종 문제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입주자 카페는 순기능이 더 많다입주자들은 맛집이나 학원, 도우미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취미가 맞는 사람들끼리는 동호회를 구성해 활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입주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카페 안에서 이뤄질 때 아파트 운영비리 또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