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도 1심 뒤집고 무죄 확정…법원 ‘직무상 관련성’ 인정 안 해

사진=연합뉴스


수사를 담당했던 사기 피의자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이유로 파면된 검찰수사관이 재판을 통해 징계를 뒤집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검찰수사관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까지 됐지만 직무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수사관 A씨는 2009년 7월 서울서부지검 소속으로 근무하면서 사기 등 피의사건으로 2회 조사받은 적이 있는 B씨로부터 투자제안을 받았다.

A씨는 1000만원을 송금해 불과 1개월만에 3800만원을 돌려받았고, 이후 5500만원을 추가로 송금해 2009년 9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28회에 걸쳐 1억3000만원을 송금받았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형사사건들을 직접 수사하거나 담당수사관에게 부탁하는 방법으로 편의를 제공해 줬다고 보고 2013년 12월 두 사람을 재판에 넘겼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엄상필 부장판사)는 2015년 10월 ▲두 사람이 알게 된 경위 ▲투자에 관한 서면을 작성하지 않고 투자로 인한 수익 및 분배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는 점 ▲수익금 약정과 관련된 진술이 어긋나는 점 ▲A씨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투자약정 내용 ▲거래내역에 ‘검찰스폰, 학비지원, 계장승진 축하금’으로 기재돼 잇는 점 등을 종합해 A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징역 5년 및 벌금 1억2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1억300만원을 추징하도록 명령했다.

서울고검 보통징계위도 2014년 3월 이러한 범죄 혐의를 근거로 A씨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청렴의무, 품위유지의무를 어겼다며 그를 파면했다.

문제는 2심이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최재형 부장판사)는 두 사람이 적법한 투자약정에 따라 돈을 주고받았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한다. A씨가 받은 돈이 직무상 관련성을 대가로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가 투자를 결정할 당시에 B씨의 사업 내용을 잘 아는 상태에서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이고, 수익률이 다소 높기는 하지만 아주 이례적이진 않다고 봤다. 또 모든 거래가 금융계좌를 통해 이뤄진 점, A씨가 수사를 직접 담당하는 부서에 근무하지 않는 동안에도 편의 제공을 바라며 금품을 줬다고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 A씨가 B씨로부터 받은 금품 등이 직무에 대한 대가로 지급됐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 무죄 판결은 2017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후 A씨는 인사혁신처에 소청심사를 청구해 2017년 5월 파면처분을 해임처분으로 감경했고, 해임도 부당하다면서 이번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최근 검찰수사관 A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해임의 근거가 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청렴의무, 품위유지의무 중 성실의무와 청렴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투자약정에 따라 투자수익금을 받은 것을 성실의무 및 청령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2009년부터 2012년까지 16건의 형사사건의 피의자로 수사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사람과 검찰공무원이 교류할 경우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에 해당한다”면서 A씨의 품위유지의무 위반은 인정했다.

그러면서 “품위유지의무 위반만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고 핵심적인 징계사유인 청렴의무 위반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이 사건 해임 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됐다”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A씨와 함께 B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총경 출신 C씨도 1심 유죄, 2·3심 무죄 판결을 선고 받았다.

C씨는 2009년 11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B씨로부터 5000만원 투자에 대한 원금 및 수익금 형식으로 1억3200만원을 지급받아 그 차액 8200만원, 시가 1000만원 상당의 자동차 및 300만원 향응 등 총 9500만원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C씨는 각 경찰서 수사과장을 지내고, 서울청 계장, 충북지방경찰청 과장 등을 지낸 뒤 2014년 총경으로 승진한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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