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목적법인, 공공법인 아니어서 과밀부담금 부과 대상 아냐”
서울대학교병원 첨단외래센터 건축과정에서 특수목적법인에 부과된 80억대 과밀부담금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특수목적법인이 추진한 이 사업의 성격을 ‘민간투자사업’으로 보고, 공공법인에게 적용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근거로 과밀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과밀부담금이 사용주체인 서울대병원에 다시 부과되야 하는지는 판단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대학교병원 내 첨단외래센터 설립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 ‘서울대메티컬허브주식회사’(이 사건 특수목적법인)가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제기한 ‘과밀부담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서울대는 BTL(Build-Transfer-Lease)방식으로 이 사건 첨단외래센터를 신축하기로 결정하고 2014년 7월 이 사건 특수목적법인과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이 사건 특수목적법인의 주주는 ▲재무투자자인 KIAMCO비티엘프로젝트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 제8호(80%) ▲운영출자자인 주식회사 서브원(10%) ▲건설출자자인 두산건설 주식회사(5%) ▲주식회사 대우건설(2%) ▲코오롱글로벌 주식회사(1.5%) ▲고려개발 주식회사(1.5%)로 구성돼 있다.
이 사건 특수목적법인은 지상 1층, 지하 6층, 연면적 4만8000여㎡ 규모의 첨단외래센터 설계를 마치고 2015년 10월 서울시 종로구청장으로부터 건축(증축)허가를 받았다. 허가서 ‘건축 허가조건’에는 ‘이 사건 첨단외래센터의 신축이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부담금의 부과대상이 아니다’라는 서울시 도시계획과의 의견이 기재돼 있었다. 첨단외래센터는 실질적으로 신축에 해당됐지만, 기존의 본관과 어린이병원 및 치과병원과 연결돼 건축되기 때문에 관련법령에 따라 증축허가가 나왔다.
하지만 감사원은 서울시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하고 2017년 3월 서울시에 ‘첨단외래센터 신축공사와 관련해 과밀부담금을 부과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며 과밀부담금 부과 및 징수할 것을 시정요구했다.
이에 서울시는 2017년 5월 첨단외래센터가 공공법인의 사무소로서 인구집중유발시설인 공공청사에 해당한다며 수도정비계획법에 따라 83억5400여만원의 과밀부담금을 부과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공공 청사’를 인구집중유발시설로 규정하고, 과밀억제권역(서울시 포함)에서 ‘공공 청사를 건축하려는 자’는 과밀부담금을 내야 한다고 규정한다.
쟁점은 이 사업을 추진한 이 사건 특수목적법인을 공공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서울대병원은 서울대병원 설치법에 따라 설립돼 관련법상 ‘공공법인’이 맞지만, 이 사건 특수목적법인까지 공공법인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었다.
서울시 측은 “첨단외래센터가 공공법인인 서울대병원이 병원 시설로 ‘사용’하는 공간이므로 ‘공공법인의 사무소’에 해당한다”면서 “특수목적법인은 ‘건축주’로서 이 첨단외래센터를 ‘건축하려는 자’이므로 과밀부담금 부과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특수목적법인 측은 “이 사건 특수목적법인은 민간기업으로 공공법인이 아니고 첨단외래센터도 공공법인의 사무소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수도권정비계획법령에 따라 과밀부담금 부과하는 것은 관련 규정을 유추 및 확장 해석한 것”이라고 맞섰다.
법원은 특수목적법인 측 손을 들어줬다. 건축법상 ‘건축주’가 언제나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건축하려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민간투자사업은 기본적으로 서울대병원이 사용할 병원건물을 신축하기 위한 사업이고, 원고(이 사건 특수목적법인)는 실질적으로 이 사건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한 투자자”라면서 “원고가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인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건축하려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투자사업방식에 의해 건설되는 공공 청사에 있어서 과밀부담금의 부과 대상은 공공청사의 전반적 건축과정, 그 건축으로 누리는 이익의 궁극적인 귀속 주체, 협약 내용과 투자금의 회수 방법 및 절차, 지배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원고는 적어도 의료시설로 사용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실질적 건축주의 개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과밀부담금 부과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의 효력은 원고에게 납세의무가 없다는 데 그친다”면서 “서울대병원에 과밀부담금을 재부과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행정청의 또다른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사업은 원고가 832억 1900만원을 투자하고, 서울대병원이 400억(정부출연금 285억 6800만원) 투자했다. 첨단외래센터가 준공되면 원고에게 20년간 관리·운영권이 부여되고, 소유권은 서울대병원에 귀속된다. 원고는 첨단외래센터를 서울대병원에 20년간 임대하고, 임대료 합계 1232억4700만원 및 경비·청소·시설관리·제경비 등 운영비 합계 260억 8300만원(경상가격 기준 438억)을 지급받는다.
또 원고는 첨단외래센터 중 지하 1층 부속시설을 별도로 20년간 제3자에게 임대한다. 대신 서울대병원은 원고에게 지급해야하는 임대료 및 운영비에서 부속시설 임대 수익금을 공제받게된다. 예상 수익금은 455억 600만원(경상가격 기준 764억원)이다. 결국 원고가 서울대병원으로부터 20년간 지급받을 예상 금원은 경상가격 기준 합계 906억4700만원(1232억 4700만원+438억-764억)이다. 첨단외래센터는 오는 11월 완공 예정이다.